매일신문

화난 농심-기자노트

『만기가 돼 돌아오는 농협 빚 갚을 재간이 없어요. 이제 살림도 거덜나 식구 모두가 길거리에 내몰릴 형편입니다』21일 오후 전국 농민총궐기 대회 영덕 집회가 열린 영덕읍 5일 장터.

트랙터, 경운기, 화물차를 앞세운 4백여명의 농민들이 참석한 집회에는 분노와 장탄식이 가득했다.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농정실패 규탄 및 농촌 회생 촉구에 대한 농민들의 얼굴에는 열기가 가득했다. 집회를 줄곧 지켜보던 지품면 포도조합 김모회장이 단상에 올랐다.

김회장은『지금 정부가 농촌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심성착한 농민들이 자식처럼 키운 농산물을 내다버리고 거리에 나선 것은 정부의 농정실패때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영덕읍에서 논 농사를 짓는다는 김돌수씨는『농민들치고 농협 빚 수천만원씩 지고 있지 않는 사람이 없는데 이젠 농협의 대출조건마저 까다로워져 빚도 낼수 없는 실정』이라며 하소연을 털어 놓았다.

집회를 마친 농민들은 영덕군청 트랙트를 앞세운 채 영덕군청 마당에서 빈사상태에 놓인 농정을 상징하는 상여를 불태우며 분노를 폭발시켰다. 김우연군수도『농민들의 뜻을 꼭 정부측에 전달하겠다』며 집회 참석자들을 달랬다.

일부 농민들은 대형할인매장인 영덕읍내 에이스마트로 몰려가 영덕산 배를 던지며 향토농산물 판매확대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는 오후 6시쯤 경찰과 큰 충돌없이 무사히 끝났다. 그러나 삼삼오오 짝을 지어 집으로 돌아가는 농민들은 분을 삭이지 못한채 계속 정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었다.

영덕.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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