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까지 나서 대우자동차 구조조정의 중요성을 강조함에 따라 대우차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임박한 것처럼 보인다.
정부와 채권단의 일관된 요구사항은 대우차 노조의 구조조정 동의서 제출이다.
노조는 그러나 별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으나 돌파구 모색에 골몰중이다.
부평공장의 가동중단이 21일로 9일째로 접어들었고 다른 공장도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고 있어 신규자금 지원이 절실한 상태다.
부도 이후 수출중이던 차량 1천800억원 어치가 운임을 요구하는 업체에 현지 항구 등에서 볼모로 묶여 경매위기에 처하면서 해외 판매라인이 붕괴위기에 처해 있다내수는 30% 이상 급감해 대우자판의 앞길마저 위태해지고 협력업체 도산은 2, 3차에서부터 시작돼 1차 협력업체로 전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20일 인천시 업무보고 자리에서 "철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 대우차를 반드시 살릴 것"이라며 일시적 고통을 강조한 점은 대우차 노조에 대한 '최후통첩'처럼 받아들여진다.
특히 김 대통령은 "실업을 피하려다 기업이 망하면 모두가 실업자가 된다"면서"구조조정을 통해 돈벌이가 되는 기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날 열린 채권단 모임도 구조조정 합의서를 요구했다.
최종부도 이후 주로 간접적인 채널을 통해 동의서 제출의 필요성을 역설해 오던 수준과는 달리 정부 및 채권단 기류가 강공책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대우차 고위 관계자는 "노조원 사이에서도 동의서 제출을 둘러싼 인식변화가 이뤄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면서 "그러나 향후 상황은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노조는 대통령과 채권단의 지적에 대해 공식입장을 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특별한 입장변화가 없다는 게 노조 대변인의 설명이다.
일단 지난 8월 사측과 맺은 5년간의 고용보장 협약이 문서화돼 있는 만큼 법적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한편 이 협약만이 조합원을 지켜줄 마지막 안전판이라는 시각도 많다.
노조 관계자는 "사실상 감원 동의서나 다름없는 구조조정동의서에 사인할 노조집행부가 어디 있겠냐"고 반문한 뒤 "우선 부평공장을 중심으로 한 대우차의 미래에 대한 비전제시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인을 하더라도 조합원을 납득시킬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하지만 외견상 일방적인 사인 요구만 계속되고 있어 노조의 활로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합 내부에서는 '죽어가는 사람에게 산소호흡기는 대주지 못할 망정 팔다리를 자르는 꼴'이라는 강경한 기류도 감지되지만, 부평공장 가동중단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부 흔들리는 조합원도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평공장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앞으로 부평은 어떻게 발전될 것이다'라는 식으로 직원들에게 미래를 제시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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