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敵前 分裂

엊그제부터 은행의 외환 딜링룸에는 수입대금결제를 위해 달러화를 사달라는 주문이 쇄도했으나 순식간에 급등하는 달러화에대한 원화환율을 따라잡지못해 딜러들이 곤욕을 치르고 수입업자들은 발을 굴렀다. 1년만에 달러-원화환율이 최고치를 기록하는 사태가 이틀째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대책회의를 열고 진념 재경원장관이 TV뉴스 시간에 나와 외환위기는 오지않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선 상황은 예사롭지않다. 위기는 아닐지몰라도 분명히 긴박하고 긴급하다. 검찰수뇌부탄핵안 무산으로 빚어진 국회 파행이 경제상황의 악화에 기름을 부운 결과란 진단이 지배적이다. 이번 국회에서 추가공적자금조성의 동의를 받기로한 여야합의가 깨질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2차기업.금융 구조조정이 지연될 전망이 높아진데대한 시장의 즉각적 반응이다. 물론 동남아 통화불안 등 다른 요인도 있지만 이를 수습해야할 책임을 진 정치권이 정쟁에 빠진데대한 심리적 불신과 불안이 폭발한 것이다. 이런 긴급상황에도 여당안에선 국회파행과 국정운영문제를 둘러싸고 당정(黨政)쇄신론이 지지와 반대의 갈등을 빚고있는 것을 보면 허탈감이 든다. "지금 당정개편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전(敵前)분열에 불과하다"며 반대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데 충격을 받지않을 수 없다. 경제난과 직결된 정국수습을 두고 야당을 적(敵)이란 개념으로 보고있는 그 시각이 섬뜩해서다. 환율이 급등하고 증시가 폭락하는 지금 국민이 생각하는 적은 분명히 경제위기다. 위기극복에 1차적 책임이 정부.여당에 있다면 여당은 위기를 적의 침략처럼 막아내는데 국민의 힘을 모아야하고 진심으로 야당의 협력을 구해야 마땅하다. 임진왜란 당시 전란의 와중에서도 국난극복보다 권력싸움을 벌이며 왜적보다 상대 정파를 적대시했던 역사의 경험이 새삼스러운 요즈음이다.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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