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 데스크-3선이라니

거듭 생각해도 지난번 영천 시장 보선은 공연스런 국가적 출혈이었다. 뇌물 비리로 중도 하차한 전임 시장이 그 앞의 임기에서 이미 품위와 관련한 스캔들로 전국적 망신을 샀다면 영천은 주저없이 새로운 인물을 골랐어야 했다. 그런데도 그의 재선을 선택하더니, 결국은 다시 시장을 뽑는다고 그 난리를 치고, 다시한번 영천 전체가 세상의 입에 오르내리는 대가를 아주 톡톡히 치렀다.

비단 그곳 뿐만 아니라 민선 단체장을 잘못 뽑아놓고 가슴을 치며 4년을 보내야 하는 주민들의 신음이, 오래전부터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게 얼룩져 돌아가는 민선 2기가 중반을 넘어선 요즘, 현직들의 재출마 움직임이 슬슬 들려오고 있다. 대구도 그렇고 경북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아직 임기를 1년반 정도 남겨놓기는 했지만 적어도 차기 불출마를 선언하는 이는 아무도 없고, 오히려 '얼굴 내밀기' 행차가 더 부산스럽다고 한다.

◈'쓰리고'외치는 단체장

그 중에서도 3선 출마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눈에 띄면서 이를 주목하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 단체장이 3선이라면 장장 11년(초대는 3년)을 독차지하는 셈인 데, 과연 이게 온당한 것인가하는 지적들이다. 물론 현재의 지방자치법은 '계속 재임은 3기에 한한다'며 3선의 길을 열어놓고 있고, 그 선택은 순전히 유권자인 주민들이 선거로 결정할 일이다. 하지만 막상 풀뿌리 민주주의의 본디 모습은 구경조차 어렵고 단체장의 전횡과 독단을 개탄하는 소리가 무성한, 그래서 아직도 지방자치의 시기상조론마저 엄존하는 현실에서, 특정인이 내리 3번을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은 경청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주민복리 책임 다했나 의문

사실 우리의 지방자치는 무리한 정치일정에 쫓겨 허겁지겁 실시했다고 할 수 있으며, 그 와중에서 주민들도 경황없이 민선 단체장 선거에 내몰린 측면도 적지않다. 그런 분위기에서 당선한 단체장들은 초기의 허술한 자치 환경을 십분 활용해, 통상적 집무를 빙자한 사실상의 선거운동으로 비교적 손쉽게 재선고지를 밟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의 재선 단체장들은 어려운 지방자치의 초석을 놓는 데 일정한 기여를 했다는 선으로 만족하는 게 좋겠고, 다음 자리는 새로운 인물에게 바통을 넘겨 주는 결단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이게 '3선 자제론'의 주 내용인 것 같다.

지금 대구에는 시장과 5명의 구청장이 재선이며, 경북에는 도지사를 비롯 15명의 시장.군수가 초대부터 단체장을 맡고 있다. 공교롭게도 대구, 경북 똑같이 3분의 2가 재선 단체장이다. 이들 가운데는 적지않은 단체장이, 어쩌면 전부가 '3선 자제론'에 발끈하며, 누가 무어라하든 시체말로 '쓰리 고'를 외칠 지 모를 일이다. 굳이 그렇게 나온다면, 주민이 두 눈을 부릅떠야 한다. 그들의 3선 출마에 앞서 최소한 몇가지는 반드시 따지고 들어야 하리라고 보는 것이다.

먼저, 두번의 임기를 거치면서 자신을 뽑아준 주민에게 얼마만한 감동을 안겨주었느냐다. 민선 정치 역시 감동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 감동은 삶의 질이 나아졌는지가 최우선의 잣대다. 아울러 주민의 시름과 고통을 책임지려 하고 자신의 기쁨은 나눌 줄 아는 겸용(兼容)의 지도자인가도 살필 대목이다.

◈냉정한 주민 심판 절실

그 다음은 빗나간 민선 행태의 하나인 독선.독단에 대한 가차없는 심판이다. 당선 득표율에 도취해 임기내내 목에 힘을 주고 주민을 졸개 정도로 하시(下視)하는, 그런 세도가 타입은 더 이상 용납않아야 한다. 심지어 '51%=당선'의 도그마에 빠져 나머지 49% 주민은 안중에도 없이, 자신에게 붙은 쪽은 '온 라인' 그 반대는 '오프 라인'하는 식으로 설쳐대는 파벌 짓거리는 지금부터 퇴출 대상으로 점찍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자신의 다른 정치적 야심을 위해 3선을 이용하려는 단체장에 대한 경계다. 이를 테면 3선으로 중량을 늘려 임기도중 국회의원 출마를 계획한다든지 아니면 다른 정치적 발판을 노리는 경우라면 아무래도 주민의 복리는 뒷전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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