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자진 사퇴론에 냉담

검찰은 21일 수뇌부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여당의 실력저지로 무산된 뒤 한나라당이 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 등의 자진사퇴론을 거론하자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사들은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거의 이구동성으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일''마녀사냥식 여론몰이'라는 입장을 보이면서 "수뇌부는 정치공세에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박 총장과 신승남(愼承男) 대검차장은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조차 탄핵안 처리문제로 국회가 파행운영되고 있는데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식의 주장을 펴자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 총장은 사석에서 "자리에 연연해 하지는 않겠다. 다만 검사니까 검사로서의 직무를 다할 뿐 다른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며 자진사퇴론을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의 한 간부는 "검찰총장 임기제(2년)는 정치권력으로부터 검찰독립을 담보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인 만큼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내야 한다"며 수뇌부 사퇴론을 반박했다.

그는 "탄핵안 표결처리 무산으로 정치가 꼬이니까 사퇴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자꾸 검찰에 뒤집어 씌우면 검찰의 정치중립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간부는 "만일 수뇌부가 정치공세와 여론몰이에 밀려 물러난다면 검찰조직은 정말로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된다"며 "그런 상황이 연출되면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에 밉보이고 살아남을 공직자는 한명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수뇌부 사퇴론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반응은 더욱 냉담하다.

서울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쫓아내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며 "법대로 수사해 법대로 처리했는데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물러나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정치적 횡포"라고 주장했다.

다른 부장검사는 "수뇌부가 도덕적으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사퇴하든지 해야겠지만 지금은 절대로 그런 상황이 아니다"며 "이번에 밀리면 검찰은 앞으로 영원히 정치권에 예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평검사는 "수뇌부가 탄핵을 받거나 사퇴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게 검사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라며 "국가 공권력의 중추기관인 검찰을 자꾸 흔들어대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