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어 역전 희망 치명타

재검표 결과의 추가 수용을 명령했던 미 플로리다 주 대법원이 데이드 카운티의 수검표 중단 결정을 최종 인정, 오히려 고어측에 커다란 타격을 안겼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주 의회가 선거인단 지명권 대리 행사 준비에 돌입, 미 대선 상황이 커다란 고비를 넘고 있다.

◇데이드 수검표 포기 최종 확정 = 주 대법원은 한국시간 24일 "재검표를 재개토록 명령해 달라"는 고어측 소송을 최종 기각했다. 이에 앞서 23일 오후 1시20분(현지시간 22일 밤 11시20분)쯤 카운티 법원은 1심에서 고어측 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

주 대법원 대변인은 24일 새벽 4시40분쯤 발표한 짤막한 성명을 통해 "소송은 기득권을 침해하지 않고 기각됐으며, 심리 신청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이 결정이 판사 7명 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로써 고어측이 이 재판을 계속하려면 다른 법적 근거를 제시하거나 연방 대법원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됐다. 고어는 데이드 수검표 포기가 확정되면 역전 시도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데이드는 재검표 3개 카운티 중 고어 표가 가장 많이 나오던 곳이나, 주 대법원 판결로 시간이 다급해지자 종전에 무효 처리됐던 1만여표에 대해서만 재검표를 실시키로 방향을 선회했다가 부시측이 강력 항의하자 카운티 개표위가 재검표 전면 중단 쪽으로 급히 방향을 바꿨었다.

◇주 의회 움직임=플로리다 주 의회는 23일 대통령선거 문제를 다루기 위한 특별회의를 열었으나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지는 않았다. 주 하원의장은 "의회가 취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법률 전문가와 상의했으나 다음 주 들어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 의회 공화당 지도부는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23일 보도했다. 빠르면 다음 주 중 주 상하 양원 특별회의를 소집, 유권자 투표를 무시하고 주 의회에서 선거인단을 뽑는 방안을 논의한다는 것. 또 수작업 재검표를 승인한 주 대법원 판결에 도전, 그것을 부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도 검토 중이다.

공화당 지도부는 나중에 정치적 대가를 치르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 만큼은 부시 당선을 지원하기 위한 전략을 밀고 나가기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은 지난 7일 실시된 선거로 새로 구성된 주 상원에서는 25대 15, 하원에서는 77대 43으로 민주당을 눌렀다. 이와 관련, 민주당측도 입법 조치에는 속수무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미 연방헌법 제2조는 각 주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을 선정하지 못할 경우, 주 의회가 선택한 '어떤 방법'으로든 선거인단을 선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또 연방선거법 제3장은 선거인단이 12월12일까지 선정되지 못할 경우, 주 의회는 자체적으로 선택한 방법에 따라 선거인단을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주 의회는 그 이전에 스스로 선거인단 선거권을 부여하는 구체적인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외신종합=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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