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황장엽씨, 安家서 보호해야

국가정보원이 황장엽(黃長燁)씨를 국정원 산하 통일정책연구소 이사장직에서 해임하고 그동안 살아오던 안전가옥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졸렬한 처사이자 감정적인 보복행위다. 황씨와 김덕홍(金德弘)씨는 97년 귀순할 때 정부의 보호아래 김정일체제 붕괴를 위한 자유로운 집필과 강연활동을 보장 받았기 때문에 정부는 그 약속을 지킬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국가정보원은 황씨가 최근 국정원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자 국정원 산하의 통일정책연구소 이사장직을 해임하고 그동안 황씨가 살아온 안전가옥에서 나가라고 통고함으로써 감정 차원에서 치졸스럽게 보복을 했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국정원은 지금까지 "북한의 테러 위험 때문에 황씨의 외부 활동을 자제토록 권장했으며 안전가옥에서 특별 관리해왔다"고 말해왔거니와 지금와서 갑작스레 안가 퇴거를 요구하는것은 그렇다면 북한의 테러 위협이 이제는 사라졌다는 것인지 요령부득이다. 국회 정보위에 참석한 어느 국정원 간부는 23일 "북한이 황씨에 대한 테러를 위해 정보를 수집중이란 첩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국정원이 낸 보도자료에도 북한이 현재까지 방송매체를 통해 수십차례나 지구 끝까지 쫓아가 응징하겠다고 황씨를 위협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국정원은 황씨 신변이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안가에서 내보내고 황씨의 신변보호를 국정원 직할의 특별관리에서 경찰이 맡는 일반관리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은 누가 뭐래도 국정원의 뜻에 '거스르고' 있는 황씨에 대한 보복으로 받아들여진다. 국정원으로서는 극단적인 대북 강경론자인 황씨가 부담이될 인물일 것임을 우리는 잘 안다. 그렇지만 부담이 되고 껄끄럽다고 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갈망해서 귀순한 그를 "나 몰라라"식으로 팽개친다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국정원으로서 공과 사를 구분치 못하는 치졸한 처사다.

우리는 물론 황씨의 강경론에 전적으로 동의 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번 국정원의 처사는 지나치다. 황씨는 남한에 귀순한 북한 인사중 가장 권력 핵심에 근접한 인물이다. 그런만큼 그의 경험이나 북한 권력실체에 대한 분석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연구소 이사장직을 해임, 생활근거를 박탈하고 안가에서 퇴거시킴으로써 생명에 위협을 느끼게 하는 것은 국정원의 분별력을 의심케 하는 처사다. 국정원은 남북협상의 주역인양 행동할 것이 아니라 정보수집과 국가 위기대처 등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할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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