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7차 문제

문제:아래의 글 (가)는 장용학의 소설 '요한 시집'중에서 발췌한 것이고 (나)는 캔필드.한센의 '마음을 열어 주는 101가지 이야기'중에서 발췌한 것이다. 글 (가)속의 토끼가 인간이라고 하는 가정 하에, 글 (가)와 (나)에 나타난 삶의 태도를 비교 분석하고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가)한 옛날 깊고 깊은 산 속에 굴이 하나 있었습니다. 토끼 한 마리 살고 있었습니다. 나갈 구멍이라고는 없이 얼마나 깊은 지도 모르게, 땅 속 깊이 든 그 속으로 바위들이 어떻게 그리 묘하게 엇갈렸는지, 용히 한 줄로 틈이 뚫어져 거기로 흘러든 햇살이 마치 프리즘을 통과한 것처럼 방안에다 찬란한 스펙트럼의 여울을 쳐놓았던 것입니다. 도무지 불행이라는 것을 모르고 자랐습니다. 일곱 가지 무지개 색밖에 거기에는 없었으니까요.

그러던 그가 그 일곱 가지 고운 빛이 실은 천장 가까이에 있는 창문 같은 데로 흘러든 것이라는 것을 겨우 깨닫기는 그저 까닭 모르게 무엇이 그립고 아쉬워만 지는 시절에 들어서였습니다. 말하자면 이 깊은 땅 속에도 사춘기는 찾아온 것이었고, 밖으로 향했던 그의 마음이 내면으로 돌이켜진 것입니다.

'이렇게 고운 빛을 흘러들게 하는 저 바깥 세계는 얼마나 아름다운 곳일까…….'이를테면 그것은 하나의 개안(開眼)이라고 할까, 혁명이었습니다. 그렇게 탐스럽고 아름답게 보이던 그 돌집이 그로부터 갑자기 보잘것 없는 것으로 비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는 그 창으로 나갈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던 것입니다. 저 지상에 살고 있는 토끼들이 공기를 마시지 않고는 한 시도 살 수 없으면서 그 공기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에 비하여 이 얼마나 놀라운 발견입니까.

그러나 그것은 위험한 사상이었습니다. 그는 창으로 기어 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가다가 넓어진 데도 있었지만 벌레처럼 뱃가죽으로 기면서 비비고 나가야 했습니다. 살은 터지고 흰 토끼는 빨갛게 피투성이었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관문에 다다랐습니다.

이제 저 바위틈으로 얼굴을 내밀면 흥겨운 바깥 세계는 그에게 현란한 파노라마를 펼쳐 보이는 것입니다. 전율하는 생명의 고동에 온몸을 맡기면서 그는 가다듬었던 목을 바위틈 사이로 쑥 내밀며 최초의 일별(一瞥)을 바깥 세계로 던졌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홍두깨가 눈알을 찌르는 것 같은 충격이었습니다. 그만 그 자리에 쓰러졌습니다. 얼마 후, 정신을 돌린 그 토끼의 눈망울에는 이미 아무 것도 비쳐 드는 것이 없었습니다. 소경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의 눈은 자연의 태양 광선을 감당해 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 토끼는 죽을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고향에 돌아가는 길이 되는 그 문을 그러다가 영영 잃어버릴 것만 같아서였습니다.

(나) 오클랜드 섬과 샌프란시스코를 잇는 금문교에는 17개의 통행료 징수대가 있다. 나는 지금까지 수천 번도 넘게 그 징수대들을 통과했지만 어떤 직원과도 기억에 남을 만한 가치 있는 만남을 가진 적이 없다.

1984년 어느 날 아침, 나는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점심 약속 때문에 다리를 건너기 위해 통행료 징수대 들 중 하나로 차를 몰고 다가갔다. 그때 내 귀에 큰 음악 소리가 들렸다. 마치 파티 석상에서 울려퍼지는 댄스뮤직과 같은 요란한 음악이었다. 나는 통행료 징수대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 안에서 한 남자가 춤을 추고 있었다. 내가 물었다.

"지금 뭘하고 있는 거요?"

그가 말했다.

"난 지금 파티를 열고 있소"

나는 다른 징수대를 둘러보았지만 그 사람 말고는 아무도 몸을 움직이는 이가 없었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왜 가만히 있지요?"

"그들은 초대받지 않았수다"

몇 달 뒤 그 친구를 다시 발견했다. 그는 통행료 징수대 안에서 아직도 혼자서 파티 중이었다. 내가 다시 물었다.

"지금 뭘하고 있는 거요?"

"당신 지난번에도 똑같은 걸 물었던 사람 아니오? 기억이 나는구먼. 난 아직도 춤을 추고 있소. 똑같은 파티를 계속 열고 있는 중이라니까"

당신과 내가 사흘도 지겨워서 못 견딘 그런 좁은 공간 안에서 이 사람은 파티를 열고 있었다. 나중에 그 사람과 나는 점심을 같이 먹었다. 그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내 직업을 따분하게 평가하는 걸 이해할 수 없소. 난 혼자만 쓸 수 있는 사무실을 갖고 있는 셈이고, 또한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소. 그곳에선 금문교와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버클리의 아름다운 산들을 다 구경할 수 있소. 미국 서부의 휴가객 절반이 그곳을 구경하러 해마다 몰려오지 않소. 날마다 어슬렁거리며 걸어와서는 월급까지 받으며 춤 연습을 하면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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