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노조 파업 유보 배경

한국전력 노조가 24일로 예정된 파업 돌입을 유보함에 따라 극한까지 치닫던 노·정 대립은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비록 오는 29일까지 5일동안이지만 한전노조가 사상 첫 파업에 돌입하려던 방침을 수정함에 따라 일단 노와 정 양쪽은 모두 극한 대립을 피하고 상호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 것.

이에 따라 노조가 전면파업에 돌입할 경우 우려됐던 전력공급 일부 중단에 따른 정전 사태 및 국민의 우려도 당분간 불식할 수 있게 됐다.

노조가 이날 파업을 보류키로 한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나라가 제2의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시대로 또다시 편입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어려운 국내 경제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우리 경제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통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유일한 방안이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이같은 대세를 거스르고 한전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자칫 집단이기주의에 따른 몰지각한 행위로 매도당할 수 있다는 점이 노조 지도부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같은 잠정 보류에도 불구, 노조가 정부의 한전 민영화·분할매각 방침에 대해 동의한 것은 아니며 앞으로 5일동안 노·정 상호 협상을 통해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않을 경우 또다시 노조가 전면파업에 돌입하려하는 상황도 재연될 수 있다.

오경호 한전노조 위원장은 "일단 합의한 만큼 협의내용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면서도 "정부가 오는 29일까지 노조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오는 30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 이날 조정기간 연장을 노정이 합의함으로써 양쪽 모두 실리와 명분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관계법상 불법파업에 돌입함으로써 정부의 강경한 법적 대응에 부딪히는 부담을 피할 수 있게 됐으며 정부로서도 한전 노조 파업에 따른 국민 우려를 당분간 씻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솔로몬의 지혜'가 발휘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중노위가 특별조정회의를 개최한 것은 한전노조의 사상 첫 파업을 하루 앞둔 23일 오후 2시 40분께.

중노위는 먼저 한전 노·사와 정부로부터 각각 한전 민영화·분할매각을 주축으로 하는 전력산업 구조개편 계획에 대한 입장을 청취했다.

이어 오후 6시께 중노위와 노·사·정 3자가 참석한 특별조정회의 전체회의를 소집했으나 노조측이 산자부 등 정부측에서 서기관급이 참여한 데 대한 형식을 문제삼아 정부 고위인사가 전체회의에 참석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바람에 곧바로 정회됐다.

이후 밤 9시께 차관보급 인사가 전체회의에 참석했으나 이번엔 사측이 "전력산업 구조개편 계획은 한전 근로자의 근로여건과 무관한 것이기 때문에 조정대상이 될 수 없다"고 언급, 이에 대해 노조측이 "그렇다면 산자부장관이 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해 곧바로 다시 정회했다.

두차례에 걸친 정회끝에 중노위는 정부 및 노·사 양측을 상대로 막후교섭을 진행됐고 마침내 24일 오전 2시께 "노사가 조정기간을 연장하고 그 기간중 국회는 전력산업 구조개편 관련 법안 심의를 유보하도록 정부가 노력한다"는 절충안이 도출됐다.

이어 중노위와 정부 및 노·사 양측 관계자 모두 절충안을 놓고 막후 협상을 벌여 이날 오전 4시 50분께 한전 최수병 사장과 오경호 노조위원장이 '전력산업구조개편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하고 중노위 '대정부건의서'에 김원배 상임위원 등 3명의공익위원이 서명함으로써 한전 노조 전면파업 돌입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당분간 모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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