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있어야 한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분명하고 따뜻한 의사소통 구조가 존재하지 않으면 교육은 파행으로 치닫게 된다. 하지만 우리 나라 학교에서는 학부모의 올바른 정체성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과연 교육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는 학부모들의 학교참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교육부 후원으로 대구의 교사들이 '미국 PTA(사친회) 탐색대'를 만들어 하와이의 초등학교, 중등학교, 주 학부모회 연합회를 둘러보고 왔다. 매일신문에서는 정만진 교사(화원여고·소설가)가 작성한 탐색 보고서를 3회에 나누어 싣는다.
편집자
탐색대는 Hawaii PTSA(Hawaii State Parent Teacher Student Association, 하와이 학부모 학생 교사 연합) 회장 John F. Friedman 씨, Punahou 고등학교 사친회 회장 Wendy Bazemore 여사, Ainahaina 초등학교 교장 Mrs. Leatrice Chee 여사를 만났다.
미국은 학부모회의 재정을 돕기 위해 법적 조치를 강구한다. 예를 들면, 학교 단위 사친회(학교PTA)가 주 단위 사친회 연합체(주PTA)에 가입하면 그들이 받는 모든 기부금은 면세 대상이 된다. 이는 비회원이 최고 50%까지 세금을 내는 것과 견주어보면 엄청난 것이다. 기부한 사람 또한 면세혜택을 받게 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주PTA에 가입한 학교PTA에는 보험료 혜택도 있다. 가령 고등학교의 경우 술 없는 행사를 하다가 사고가 날 때를 대비하여 보험을 들면 3천 달러까지 내야 하지만 주PTA에 가입한 학교PTA는 150달러만 내면 된다. 따라서 많은 학교의 PTA가 주PTA에 가입하게 된다. 그러면 최고 200만 달러의 책임보상문제가 해결된다.
Punahou 고등학교 사친회 사무실은 학교로 들어서자마자 발견되었다. 초행객이라 하더라도 찾기 쉬운 곳, 학교 들머리에 사친회 사무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탐색대는 미국에서의 학부모회의 역할에 대해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학교 건물에 사친회 사무실이 제공되고, 전화 등 편의시설이 모두 주어지는 나라, 그만큼 미국은 법으로 학부모회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곳이었다.
탐색대는 Ainahaina 초등학교에서 수업 장면을 촬영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탐색대의 요청은 학교장에 의해 정중하게 거절되었다. "학생의 활동과 관련되는 일은 사전에 학부모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교육주체로서의 학부모의 위상이 법제화·일반화되어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미국 학부모들이 내는 회비는 학교마다 달랐다. 학교가 위치하는 지역의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2.50달러부터 25달러까지 천차만별이었다. 회원이 납부한 회비는 주 사무실로 1달러, 전국 사무실로 1달러 보내지기 때문에, 학교에 따라서는 50센트만 남는 경우도 있고, 22.5달러가 남는 곳도 있었다. 회비가 적은 학교는 상품 판매, 기금 모금 달리기 등 다른 방법을 동원하여 활동자금을 모은다. 그러나 부유층 학부모 소수가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여 불투명하게 사용하는 일은 없다. 사친회에 가입하면 정해진 회비를 내고, 스스로 원하면 임의대로 기부금을 낸다. 누가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기부금을 낸 학부모라고 해서 뭔가 반대급부를 노리는 바도 없다. 투명하게 모금되고 투명하게 사용된다.
정만진(화원여고 교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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