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北 일사불란 실리추구 日 과거청산요구 곤혹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의 급변에도 북한-일본사이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둔하다.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과거로부터의 해방'과 동북아 질서 재편에 있어 미국이나 중국과 맞먹는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관계 수립을 원하고 있고, 미국으로부터 안전을 보장 받은 북한은 일본의 경제지원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1차 북일 수교교섭은 이렇다 할 성과나 진전없이 끝났다. 북한과 일본의 입장과 전망을 정리해 본다.

▲북한의 입장=북한은 남북관계을 비롯해 미국과 서방국가들과의 관계개선 등을 감안할 때 북일 수교교섭을 필요이상으로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북한은 무엇보다 식민지 지배 보상을 거부한 채 경제협력 방식으로 과거 청산 문제를 어물쩍 해결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그대로 넘어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으로서는 현재 일본과의 수교에 아쉬운 점이라고는 '돈'문제밖에 없는데, 식량이나 급전같은 당장 아쉬운 것들은 미국과 남한이 대주고 있으니 급할 게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과거 식민통치에 대한 사죄 및 배상을 줄기차게 강조하는 것도 이런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헙상 테이블에서 우위에 있을 때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챙기자는 생각을 할 경우 북한도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입장= 북한과의 수교는 국제사회에서'과거로부터의 해방'은 물론 새로운 동북아 질서 재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진전되기 전까지 급할 게 없다는 생각을 가졌던 일본은 더욱 바빠지게 됐다. 특히 모리 총리는 자신의 임기 중에 대북 수교라는 업적을 남기고 싶어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유독 일본에 대해서만 적대의식을 드러내는 북한에 대해 경제협력을 할 수 없으며 미사일 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고는 국교정상화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일본은 또 과거에 한반도를 한나라로 통치한 것이지 남북을 따로 통치한 것은 아니다며 65년 한국과 해결했던 방식 이외에 다른 해법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최근 변화는 '전술적 변화는 있을지 몰라도 전략적 변화는 없다'며 최근 북쪽의 변화 자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전망=북일 수교교섭은 지금까지 드러난 양측의 확연한 입장 차이를 놓고 볼 때 앞으로도 좀처럼 접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타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일본측이 북한의 과거 청산 요구에 대해 어떤 형식으로든 명분을 살려주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역시 일본 내 우익세력의 반발과 한일회담과의 전례 등을 감안할 때 그같은 '특단'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의미의 '한일 방식'을 원용,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관철시켰다고 국내외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묘안을 통해 암묵적으로 접점을 찾아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최재수기자 bio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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