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교육 현실은 온통 '무너진다'는 소리로 요란하다. 교실이 붕괴되고,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으며, 교권이 땅에 떨어지고, 올바른 교육에 대한 꿈들도 무너져내리고 있다. 게다가 올해 서울대 박사과정 정시모집에서 사상 처음으로 무더기 미달 사태까지 빚어져 충격을 안겨줬다. 이 같은 사태는 다른 대학들에는 말할 것도 없고, 석사과정도 마찬가지 추세여서 기초학문이 허물어지는 '위기'를 실감케 한다.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서고, 기초학문의 바탕이 튼튼해야 대학의 연구기능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더구나 국가 경쟁력의 상당 부분이 그 나라가 지닌 연구 역량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기초학문의 중요성은 강조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실용학문 위주의 지원에서 학문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기초학문을 육성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하는 소이도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큰 문제는 교육이 '권력의 모태'라는 점이다. 대학의 서열 구조가 '대학 카스트'로까지 불리며 층층이 먹이사슬을 이루는가 하면, 상위의 몇 개 대학 출신이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학벌을 형성해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이 '독점 학벌'에 들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바로 대학 입시라는 데도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최근에는 '학벌 구조'를 깨기 위한 시민단체가 결성될 움직임이어서 화제다.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모임' 창립준비위원회는 서울에서 첫 모임을 갖고, 2001년 3월 발족을 목표로 회원 확대와 대안 모색 등을 추진할 모양이다. 교수 등 40여명이 참여한 이 모임은 "조선 시대 '문중'과 같은 역할을 하는 학벌을 타파하지 않고는 진정한 사회 민주화를 이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언뜻 보기에는 '학문의 위기'와 '학벌 구조' 타파는 대조적인 문제로 비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첨예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함께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 수 없다. 기초 학문은 국가 차원에서 먼 장래를 내다보고 꾸준히 공을 기울여야 할 분야이듯이 '학벌 사회'가 빚는 폐해도 그에 못지 않게 지양돼야 할 문제가 아닐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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