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또 금융사고…근본 수술하라

'정현준게이트'의 각종 의혹이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이와 흡사한 대형금융사고가 또 터졌다. 이 사건도 서울의 열린신용금고 대주주가 1천억원이 넘는 거액을 불법대출받았고 금융감독원의 감독이 부실해 결국 사건을 대형화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수십억원의 비자금이 조성돼 그게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쓰여졌을 개연성이 높다는게 사건의 윤곽이다. 똑같은 유형의 이런 대형금융사건이 왜 이렇게 연이어 터지는가. 앞으로도 얼마나 더 이런 사건이 불거질지 모를 정도로 그야말로 우리의 금융계는 범죄의 온상으로 변하고 있다는 위기의식까지 든다. 이 나라의 금융체계가 이렇게 허술하게 운용된다면 앞으로 국민들은 과연 어디에다 돈을 안심하고 맡겨야 될지 난감하다. 또 천문학적인 액수가 투입된 공적자금이 결국 이렇게 도 금융범죄꾼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지는게 아닌가 하는 원천적인 불안도 떨쳐버릴 수 없다. 우선 금융업계을 감독·감시하는 금융감독원은 과연 그동안 뭘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도 약1년새 1개 신금(信金)에서 대주주 한사람에게 세차례에 걸쳐 1천억원이 넘는 거액이 불법대출됐는데도 결과는 금고의 임직원만 면직조치한 게 고작이었다. 1차 적발때 영업정지 등의 고강도처방을 했더라면 막을 수도 있었던 사건이다. 문제는 관계법령이 그렇게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는 것이고 이걸 악용한 범죄라는데 심각성이 있다. 그렇다면 누구든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대형 불법대출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도대체 이런 허술한 금융시스템이 어디에 있는가. 또 금감원은 그런 제도적, 법적인 취약점이 있다면 진작 그 법을 고쳐서야지 왜 그냥 보고만 있었단 말인가. 명백한 '직무유기'가 아닌가. 더욱이 이번 사건의 검사도 동방금고사건 수사때 자살한 장래찬 전 국장이 했다고 한다. 김영재 전 부원장보는 바로 이 사건에 연루돼 4천950만원의 뇌물을 챙겼다가 이미 구속됐다.

이건 금감원 고위직들이 이번 사건에도 깊숙이 개입했다는 증거이고 심각한 유착을 시사해주는 중요한 대목이다. 더욱 기가찬 건 이번 대형금융범죄의 주인공이 27세의 새파란 젊은 청년이라는 점이다. 대학을 갓 졸업해 취업전선에 뛰어들 나이에 수천억원을 떡주무르듯하고 기업을 맘먹은대로 인수했으며 정계 실세와의 교분설이 파다했다고 한다. 역시 정치권의 개입설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고 그런 배경이 없으면 도저히 불가능한 사건이 현실적으로 불거졌다.

검찰은 우선 동방금고 사건을 교훈으로 이 모든 의혹을 명쾌하게 밝혀 '탄핵수치'를 이번에는 씻어야 한다. 전국민들의 시선은 이제 검찰 수사행보에 모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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