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자회담 추진.전망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남북한과 미국, 중국간의 4자회담 재개가 본격 추진되고 있어 주목된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을 수행중인 정부 고위 당국자는 26일 "이번 '아세안+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측과 접촉, 4자회담 재개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면서 "이제 4자회담을 재개할 시기가 됐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4자회담은 북한측이 동의할 경우 빠르면 연내, 또는 내년초에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4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최근의 남북관계 개선을 토대로 지난 53년 체결된 한반도 정전협정을 남북한이 서명하고 미.중이 보장하는 형태의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4자회담은 지난 97년 제네바에서 제1차 회담을 가진 이래 작년 8월까지 모두 6차례 회담을 가졌으나 평화체제 수립과 주한미군 문제에 관한 이견으로 그동안 이렇다할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의 남북한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비추어 볼때 4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과거와는 달리 '순항'을 기대할 수 있다는게 정부측의 판단이다.

이같은 낙관론의 근거로는 4자회담 당사국들의 관계가 예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개선된데다, 그동안 회담의 진전을 가로막아온 평화체제나 주한미군 문제에서 북한측의 태도변화가 예상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선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화해.협력과 긴장완화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고 북.미관계도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한데 이어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검토될 정도로 급진전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또 북.중 관계도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중국정부 고위인사들의 방북이 잇따르는 등 과거보다 한층 긴밀해지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4자회담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주한미군 문제는 김 대통령의 평양방문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통일후에도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는데 반대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점에 비추어 북측이 그간의 미군철수 주장을 포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함께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문제도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서 긴장완화 논의가 시작된 점 등을 미루어 '현행 정전협정을 조.미(朝.美)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자'는 그간의 북한측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특히 대북 관계개선을 추진중인 미국이 "한반도 평화의 실질적 주체는 남북한인 만큼 평화협정은 남북간에 체결돼야 한다"고 계속 설득할 경우 북한이 과거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에 입각한 조.미협정 체결 요구도 거둬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볼때 앞으로 4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과거 주한미군이나 평화협정 체결주체 문제 등을 놓고 입씨름만 되풀이하던 양태에서 벗어나 이른바 '2 + 2' 방식의 평화협정 체결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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