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동차리콜-소비자-차회사 엇갈릴 시각

'소비자 권익 강화의 신호탄'인가 '불량제품에 대한 땜질식 처방'인가.자동차 리콜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공개적인 리콜이 실시된 96년 이후 해마다 증가, 96년 총 3건 7만5천여대이던 리콜이 99년에는 18건에 11만1천여대로 늘어났다. 올해는 최고급 승용차인 에쿠스까지 리콜대상이 되는 등 총 27건에 55만여대로 지난해에 비해 무려 5배나 급증했다.

이같은 리콜에 대해 자동차회사들은 '소비자 권익보호가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소비자들은 '무성의하게 신차를 개발한 후 결함을 리콜로 무마하려 한다'며 상반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

◇자동차회사

리콜에 대한 자동차회사들의 입장은 '공개적인 리콜이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장치이며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2만여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복잡한 제품인 자동차에서 '무결점'을 바라는 것은 어려운 일인만큼 자발적인 공개리콜을 일상적인 A/S 개념으로 봐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콜이 잦은 자동차회사의 차는 품질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자동차회사들은 자발적인 리콜을 꺼리게 돼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를 보면 이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올들어 미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지난 7월말 현재 다임러크라이슬러는 16건, 329만대의 차를 공개리콜 했다. 이 기간중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총 판매대수가 170만대인 점을 감안하면 리콜실시율은 무려 193%로 판매대수의 약 두배에 이른다. 포드와 GM의 리콜실시율 역시 각각 73%와 33%로 같은 기간중 국내 자동차회사의 미국 현지 리콜 실시율 15%(현대), 13%(기아), 9%(대우)를 크게 앞지른다.

하지만 이 결과를 놓고 국산차가 미국차보다 품질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그다지 많지 않을 듯. 그만큼 미국 자동차회사들은 공개리콜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고 소비자들도 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여건이 조성돼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

하지만 소비자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이제까지 제품결함에 대처하는 자동차회사들의 태도가 '자발적인 공개리콜'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실시된 자동차회사들의 리콜은 대부분 정비현장에서 먼저 드러난 문제였다는 것이 그 이유.

결함사실을 알면서도 초기에는 개별적으로 정비공장에서 수리만 해주다가 소비자 불만이 쇄도해서야 여론에 떠밀려 리콜을 단행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불거진 포드의 파이어스톤 타이어, 미쓰비시의 리콜 역시 제품결함을 숨기려던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된 것으로 아무리 선진국인 미국.일본이라 하더라도 자동차회사의 속성상 제품 결함을 숨길 수밖에 없다는 것.

그 결과 소비자들은 리콜이 수많은 자동차결함의 일부에 한해 실시되는 것이며 자주 리콜대상이 되는 자동차는 결함차라는 인식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올바른 리콜의 방향

자동차회사의 희망대로 '리콜차=결함차'라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요구된다. 하지만 자동차회사들 역시 부정적 여론을 탓하기에 앞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성실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현대.기아.대우 등 우리나라 자동차회사들이 짧은 기간에 눈부신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사업 초기 국내 소비자들이 품질이 떨어지는 국산차를 애용해줌으로써 기술축적이 이뤄질 때까지 불편을 참아준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리콜제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정비에 힘쓰는 한편 리콜에 해당하는 결함내용과 부품을 명시해 업계와 소비자간 분쟁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리콜관련 규정인 '제작결함 발생시'란 규정에 대해 구체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소비자단체의 주장. 차 결함에 대한 조사와 관리, 감독을 맡을 전담기관도 정부 주도아래 설립돼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가영기자 k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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