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음악인생 접고 화가로 변신

지난 1960년대부터 80년대에 걸쳐 제퍼슨 에어플레인과 그 후신인 제퍼슨 스타쉽, 그 이후의 스타쉽 등 록그룹에서 보컬을 맡았던 여성 로커 그레이스 슬릭이 10년전부터 화가로 변신,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어 화제다.

80년대 말까지 '스타쉽'에서 활동을 벌였던 그녀는 90년대 들어 음악을 그만 둔 뒤 캘리포니아 말리부의 자택에 화실을 열고 10년간 작품활동을 벌여왔다. 그녀의 작품 들은 주로 자신의 음악 인생을 거쳐갔던 60년대와 70년대 음악 동료들의 초상화. 지미 헨드릭스, 밥 딜런, 제니스 조플린, 제리 가르시아 등 걸출했던 뮤지션들이 그녀의 작품 속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검은 배경에 밝은 색으로 채색된 지미 헨드릭스, 팔짱을 끼고 있는 밥 딜런, 리듬 악기를 잡은 채 활짝 웃고 있는 제니스 조플린의 초상 등이 그녀가 그린 작품들. 그녀의 작품 속에는 혁신적 재능과 열정으로 가득 찼던 헨드릭스에 대한 자랑스러움, 자신과 함께 약물 중독의 질곡에서 헤매다 끝내 요절한 조플린에 대한 아픔 등이 담겨 있다.

그녀는 지금까지 60여 점의 작품들을 팔았으며 1천100달러에서 8천7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비평가들은 그녀가 재능보다는 자신의 명성으로 그림을 팔고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이에 반해 그녀의 작품을 거장과 비교해서는 안되며, 그녀만의 느낌과 표현을 작품 속에 제대로 담아냈다고 옹호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 65년 '더 그레이트 소사이어티'를 결성, 샌프란시스코의 한 클럽에서 음악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바로 제퍼슨 에어플레인에 합류, 사이키델릭 사운드에 어울리는 독창적인 보컬로 명성을 얻게 된다. 당시의 시대 풍조에 따라 데모활동에 나서는가 하면 마약 중독으로 폐인이 되다시피 하는 등 어려운 시절도 있었으나 이후 재기, 스타쉽에서 활동을 벌였다. 현재 61세의 나이로 백발이 다 된 그녀는 화가 활동과 함께 자신과 동료들의 삶, 음악 열정을 담은 '사랑하는 그 누구' '하얀 토끼' 등의 책을 써 짭짤한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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