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문화의 지방자치?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도 벌써 몇년인가. 시민들이 투표를 통해 시장을 선출하고 시의원도 뽑는다. 그러면서 시정에 조금씩 관여한다. 과연 시민이 권리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시정에 관여하는가는 별개로 하더라도, 지방자치제가 미래지향적인 제도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 제도가 가진 미비점을 차츰 보완하고, 시정을 실행하는 이들이 지자체의 취지를 좀 더 분명하게 인식한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러나 나는 다른 것을 묻고 싶다. 과연 문화의 지방자치화도 정치의 지방자치화와 나란히 발전하고 있는 것인가를. 지난 96년 가을에 '구미문화'라는 종합문화예술지의 창간에 관여한 적이 있다. 편집기자로서 긍지와 보람을 갖고 참여했다. 그 책은 순수 민간자본으로 만들어진 것이었기에 더더욱 뜻깊은 결실이었다. 그리고 참 힘들게 버텨나가다가 지난 봄에 결국 폐간됐다.

왜 그 책이 폐간돼야 했을까. 아마도 한 사람 또는 몇몇 사람의 자본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는 성격의 책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구미시민의 힘들이 조금씩 보태어졌다면 그 책은 그리 쉽사리 폐간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십시일반으로 모여진 자금으로 책을 만들었다면 어떠했을까. 비록 초기에야 힘들었겠지만, 책 만드는 일에 관여하는 사람들의 책임감도 남달랐을 것이고, 시민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을까.

내가 왜 이토록 그 책의 폐간을 안타까워하는가. 나는 그 책의 발간을 단순한 발간으로만 생각하기보다 하나의 지역 문화운동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책은 지역 문화인들의 생각과 뜻을 대신 말해주는 입이었다. 자기 혼자서만 웅얼거리다가 그칠 이야기들을 공개적으로 발언할 기회와 장소의 역할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왜 폐간됐을까. 어쩌면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이뤄지도록 책의 방향을 선회했었더라면, 폐간이라는 우울한 운명을 맞이하지 않아도 됐을는지 모른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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