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이젠 황장엽 둘러싼 政爭인가

황장엽(黃長燁)씨를 둘러싼 여야 정치권과 국정원의 갈등이 목불인견이다. 황씨의 대북 강성 발언후 안전가옥서 퇴거시킬 뜻을 내비치던 국정원이 27일에는 '본인의 뜻'이라며 황씨의 국회 정보위 출석만 고집, 야당을 의도적으로 따돌리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런가하면 야당인 한나라당이 정보위 출석을 굳이 거부한 가운데 김영삼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갖고 "황씨가 내게 김대중 대통령의 과거를 얘기할까봐 두려워 국정원이 면담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장엽씨의 '소신 발언'이 엉뚱하게도 여야 갈등을 초래하고 급기야는 전직 대통령까지 나서 정치 문제로 비화되고 있으니 이를 지켜보는 우리로서는 민망스럽기만 하다.

황씨의 "김정일 체제를 붕괴시켜야 한다"는 발언이 비록 현정부의 햇볕정책과는 맞지 않더라도 그 의사표현의 자유만은 마땅히 보장됐어야만 했다. 그것이 바로 공(公)과 사(私)의 구분이요 자유민주주의 국가 기관의 국민에 대한 의무다. 그런 만큼 국정원은 황씨의 의견이 정부 정책에 맞든 안맞든간에 이와는 별도로 그의 신변 안전에는 만반의 대책을 당연히 마련하는 게 마땅한 것이다. 그럼에도 황씨의 대북정책 비판이후 국정원이 산하기관 이사장직에서 황씨를 해고하고 안전가옥 퇴출 등 '홀대' 로 보복하는 인상을 주고 있으니 답답하다.

국정원은 사태가 심상치 않게 번지자 뒤늦게 "황씨가 원할 경우 안가에 머물러 특별관리를 받도록 할 것"이라 밝혔지만 이미 '쏟아진 물'격으로 권위는 떨어진 것이다. 이처럼 국정원이 '감정적'으로 일처리를 하며 오락가락 하고 있으니 야당과 대북 문제에 관심이 많은 전직 대통령까지 혹시 배후에 흑막이 있지 않나 의심을 갖게 되고 급기야 황씨 본인을 만나 확인해 보겠다는 게 아닌가 한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국정원은 황씨의 발언이 껄끄럽더라도 이번처럼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당당하게 황씨 주장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그렇지만 황씨의 신변보호와 안정된 생활은 끝까지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게 백번 옳지 않았을까 싶다. 황씨는 정치인도 아니고 본인의 말처럼 정치에 휘말리고 싶어하지도 않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여와야, 그리고 전직대통령이 각기 자기 입장에서 또는 당리당략에 따라 끌어들여서 또 하나의 정치 쟁점으로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황씨는 자신이 원하는 안가에서 살면서 민주시민으로 자기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수 있게끔 보호돼야 할 것이다. 국정원은 저간의 사건전말을 국민에 보고하고 사과할 일은 당연히 사과해야 할 것이며 정치권 또한 자숙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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