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경주문화엑스포 3년주기 옳다

'새 천년의 숨결'을 주제로 지난 9월 1일 개막, 87일간의 대장정을 마친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80여개국 9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국제적인 문화축제로서의 발전 가능성, 행사 수준의 향상, 지역 경제 파급 효과 등 긍정적인 성과를 낳기도 했지만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도 적지 않다.

특히 이번 행사는 최첨단 과학기술과의 접목이 시도되고, 문화 인프라 축적을 통해 상시 개장이 가능한 문화테마공원 조성의 기틀을 마련하는 등 첫 행사보다는 큰 진전을 보였고, 관람 환경도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세계 수준의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기에는 적지 않은 과제들을 안고 있으며, 체계적인 관람객 유치에도 문제가 적지 않다.

이번 행사의 관람객은 모두 175만명으로 목표 200만명에 못미쳤고, 첫 행사의 300만명보다 크게 줄었다. 다만 당초 10만명을 목표로 잡았던 외국인 관람객이 13만4천명에 이른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관람객 유치로는 국제적인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관람객들의 반응도 '재방문 의사가 있다'가 45.1%. '주위 사람에게 권유하고 싶다'가 44.1%에 그친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다.

더구나 국제행사임에도 외국어 안내판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으며, 우리 전통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특화된 프로그램'과 '문화상품' 개발이 크게 미흡했다. 게다가 주제와 걸맞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일관성있는 행사들이 부족했고, '담장 없는 박물관'으로 일컬어지는 경주의 유적지들과 연계한 다양한 행사의 개발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했다.

한편 재정 자립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적지 않다. 2만2천여명의 고용 창출과 3천182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 777억원의 소득 유발 효과를 거뒀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지만, 이번 행사에 330억원을 투자했으나 입장권 판매 등의 수익은 141억원으로 고정자산(136억원)을 포함해도 적자였다.

이 축제를 명실공히 국제적인 행사로 정착시키려면 경주가 지니고 있는 특화되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문화 유적지들과 연계된 행사로 발전시키는 한편 지구촌 사람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문화상품을 개발해 관광 자원화하는 방안이 새롭게 모색돼야 한다.

앞으로는 행사장 시설물을 상시 개장하는 대신 다음 행사부터는 3년을 주기로 개최하는 것은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에 따른 운영 방법, 인프라 시설의 확충, 해외 관람객들의 관심을 새롭게 유도하는 행사의 정체성 확보 등에 대한 전문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연구와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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