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대선 2000 플로리다 발표후 상황

미국 대통령 선거가 19일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연장전' 끝에 마침내 한 고비를 넘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전개될까? 사태가 그리 간단히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부시는 기자회견을 통해 승리를 기정사실화 했지만, 고어는 사활을 건 법정 투쟁을 다짐하고 있다.

##법정 싸움 전개 전망=고어측 변호인 대표는 "12월12일에는 끝날 것"이라고 앞날을 전망, 아무래도 그날까지는 싸움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플로리다 주 법이 개표결과 최종 집계 이후에도 소송 제기가 가능토록 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첫 관문은 한국시간 오는 12월2일 0시쯤 시작될 연방대법원 심리. "재검표 자체를 무효화 하라"고 요구한 이 소송은 부시측이 제기한 것. 워싱턴의 정치 분석가들은 이 심리가 사태의 결정적 전기로 작용하리라 보고 있다.

고어도 27일자 뉴욕타임스 신문 게재 인터뷰에서 "나에게 불리하더라도 연방 대법원 결정은 받아 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플로리다 주 정부가 부시 승리를 선언하기 몇시간 전에 가진 이 인터뷰에서 "나는 대법원의 어떤 판결이든 조용한 존경과 완전한 복종, 수용의 자세로 받아 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연방 대법원이 현명한 판결을 내린다면 몰라도, 그렇잖고 사건을 주 대법원으로 환송시키는 날에는 일이 매우 복잡하게 꼬일 전망이다. 그럴 경우 결국엔 선거인단 선정에 주 의회가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연방의회가 나서는 전무후무한 사태로 헌정 질서가 혼돈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측 모두가 여러가지 소송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표의 동태=플로리다 주 선관위가 두 후보의 최종 득표 차로 인증한 537표는 당초 표 차 930표 보다도 훨씬 준 것이다. 그러나 합계에서 제외된 팜비치 및 데이드 카운티의 재검표 중간집계나마 포함시킨다면, 표 차는 불과 200표 미만으로 좁혀진다. 부분 재검표에서 고어는 팜비치 180표, 데이드 157표 등 337표를 이미 확보했었으나, 이들 카운티가 최종 결과 보고에 실패함으로써 집계에서는 제외됐던 것.

따라서 연방대법원이 오는 12월1일 수검표 합산을 계속하라고 판결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소지가 얼마든지 있다. 고어측은 그 337표를 인정받고 이들 두 카운티에서 201표 이상만 추가하면 역전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소송이 잇따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여기다 고어측은 세미놀 카운티 부재자 표(부시 1만6표, 고어 5천209표)를 모두 무효화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 중이다. 29일 심리가 열릴 예정이나, 이 요구가 수용되면 상황은 명백히 역전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권 인수인계 경비 지출 거부= 클린턴 정부는 "대통령 선거 결과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해결될 때까지는 정권 인수인계 자금 530만 달러를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27일 밝혔다.

인수인계 업무를 관장하는 연방 총무처의 대변인은 "플로리다 주 개표위가 부시의 승리를 선언했지만 고어측 이의 제기로 결과가 불투명해졌다"며, 정권 인수인계 사무국을 폐쇄한 채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양측이 소송 중이고 또 앞으로도 제기할 방침을 밝히는 한 결과는 불투명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총무처는 정권 인수인계법 규정에 따라 대선 다음날인 지난 8일 컴퓨터와 전화 등을 갖춘 사무국을 백악관 바로 앞에 설치하고, 자금 통장과 함께 사무실 열쇠를 당선자측에 건네줄 채비를 갖춰 놓고 있다. 부시 후보는 27일 체니 부통령 후보에게 "클린턴 정부와 협조해 워싱턴의 정권 인수인계 사무국을 넘겨 받으라"고 당부했었다.

이에 대해 체니 공화당 후보는 연방총무처가 정권인수 자금을 지원하지 않을 경우, 사적 자금을 모금해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언론반응=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는 26일 플로리다주(州) 정부의 최종 개표결과 발표를 인용, 대선 승리를 공식화하고 나섰으나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들은 다소 유보적 반응을 보였다.

뉴욕 타임스는 '인증은 됐으나 끝은 아니다'란 제목의 27일자 사설에서 "부시후보는 플로리다 주정부 발표를 환영하며 대통령 당선자 위치를 기정 사실화 했다"면서 "그러나 그는 불행히도 재검표 문제를 둘러싼 법적 공방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다음 시한까지 기다리자'는 제목의 이 날짜 사설에서 "부시 후보가 연방 대법원에 소송만 내지 않았어도 많은 미국인은 고어 후보가 이날 패배를 인정하길 기대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사태는 불행히도 법적 공방으로 치달았고 아직 명확한 결정은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그러나 '고어의 승리는 멀어졌다'는 이 날짜 해설기사에서는 "고어의 모든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많은 전문가가 그의 패배를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민주당 유력 인사인 로버트 토리첼리 상원의원도 "국민이 선거전을 이쯤에서 끝내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도 패배를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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