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대 내년 2월까지 '고인쇄유물전'

세계최초의 금속활자인쇄본은 1377년에 간행된 우리나라의 '불조직지심체요절'(佛祖直指心體要節). 아쉽게도 이 직지심경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전시돼 있어 볼 수가 없다. 직지심경을 찍어내던 곳이 청주시 운천동에 있던 흥덕사란 절. 당시 직지심경과 같은 활자(興德寺字)로 찍은 고인쇄물 등 우리 민족의 독창성과 뛰어난 기술력을 입증시킨 고인쇄 자료들이 경북대 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지난 21일 문을 연 '고인쇄유물 특별전'엔 모두 150점의 고인쇄 및 전적 자료, 민속공예품 등이 찬란했던 우리 민족의 인쇄 기술을 웅변하고 있다. 전시기간은 내년 2월20일까지 3개월.

전시 자료들은 의사 김병구(가야기독병원 내과부장)씨가 수집, 흥덕사터에 세워진 청주 고인쇄 박물관에 기탁, 전시중이던 것들이다. 고려부터 조선 세조때의 간경도감본에 이르기까지 학술적으로 높이 평가되는 책들이 대부분이다.조구스님이 편찬하고 흥덕사자로 찍어낸 자비도량참법집해(慈悲道場懺法集解) 번각본은 국내에 전본이 없는 불조직지심체요절을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13세기 중기에 간행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합부금광명경(合部金光明經)은 본문 좌우에 쓰여진 석독구결에서 한글 창제 이전 우리말이 어떻게 쓰여졌던가를 살펴 볼 수 있는 사료.

원간본은 아니지만 고려 속장경의 간기를 보여주는 원각례참략본(圓覺禮懺略本)과 반야바라밀다심경소(般若波羅密多心經疏) 등에서는 원숙한 고려시대의 서체와 인쇄술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반야바라밀다심경소는 세조때 간경도감에서 중수한 기록은 물론 인수대비가 불경을 시주, 간행하면서 남긴 발문이 권말에 붙어 있어 눈길을 끈다.

안평대군이 편찬해 동문선 등에 서문만 알려져 왔던 당송팔가시선(唐宋八家詩選)은 안평대군과 당시 집현전 최고 학자들인 최항, 신숙주, 이개, 박팽년, 성삼문 이선재 등이 서문과 발문, 후서 등으로 나눠 각자의 필적을 남겨 이들의 필적을 살필 수 있는 좋은 자료다. 안평대군의 발문이 있는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이나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목판본은 서지적인 분석이 요구되고 있다. 비록 일부분이지만 지장보살본원경(地藏菩薩本願經)의 고려간기는 실물로서는 처음 알려지는 것.

이밖에 이황의 향약서문과 신위, 양사언의 시문에서는 그들의 필적을 감상할 수 있고 박문수(1691~1756)의 초상은 족자형태로 상반신을 자세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개관시간은 평일 오전 10시~오후4시,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1시.

정창룡기자 jc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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