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학시기 자율화 영향

내년부터 초.중.고 방학기간이 자율화되고 토요일 자율 등교제가 이뤄지면 학교의 학사일정도 크게 달라진다. 일률적으로 계획돼오던 학교의 일정에 교사, 학생, 학부모의 의사가 반영될 여지가 생긴 것이다. 특히 주5일제 수업은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덜어주고 여유를 주는 효과 이면에 놀이시설 등 사회적 인프라가 취약하고 가정 역시 학원이나 사교육에 의존하는 측면이 강해 여러 가지 부작용도 우려된다.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교육부의 이번 발표가 현실화되기에는 적잖은 진통과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방학기간 조정=지금까지 봄, 여름, 겨울에 정기적으로 이뤄지던 방학기간이 자율 조정되면 무엇보다 가족단위 휴가에 여유가 생긴다. 7월말부터 8월초까지 집중되던 피서 행렬도 분산될 수 있고, 명절 때 자녀 등교에 맞추기 위해 교통대란에 시달리던 모습도 다소 줄어들 전망.

그러나 현실적으로 수업일수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학교 단위에서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적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껏해야 명절 전후 며칠을 풀어주고 학교 기념일이나 행사를 전후해 하루 이틀 쉬는 정도에 그칠 정도이지 당장 큰 변화는 어렵다는 것.

석인수 경신고 교장은 "고교의 경우 연간 수업일수가 220일이 넘는데 큰 변화를 주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초등학교부터 점차적인 변화가 있어야 하므로 학사일정이 급격하게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5일 수업=교육부는 주5일 근무 추세에 맞춰 전국 33개교를 실험학교로 선정, 내년부터 주5일 수업을 도입하기로 했다. 전면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판단에서다. 일반 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사정과 학교 상황에 따라 등교여부를 자율화하는 토요 자율 등교제가 실시된다. 모든 학생이 쉬면 맞벌이 부부 등이 탁아에 부담을 느끼므로 학교에서 특별활동을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역시 당분간은 편법 운용될 수밖에 없다는 게 교육계의 분석이다. 사회적으로 5일제 근무가 정착되기 전에는 학교가 앞장서 시행하기 힘들다는 것. 또 학생과 학부모의 학습관이 바뀌고, 체험활동이나 재택학습 등을 가정에서 스스로 수행하는 등 전제되는 부분도 많다. 전교조 관계자는 "당장 시행하기에는 사교육비 증가 등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시설이나 여건 등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면서 "교실수업만 중시하고 학교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학부모와 학교의 기존 의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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