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평양 고려호텔 상봉

○…"오빠야, 어디 갔다 이제 왔어"북측 여동생 옥희(64)씨를 부둥켜 안은 우원형(67.서울)씨의 두 눈에서는 연방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옥희씨는 지난달 30일 평양 고려호텔 2층에 마련된 단체상봉장에 들어선 원형씨를 보자마자 달려가 끌어안고 상봉장 바닥에 주저앉아 한많은 눈물을 쏟아냈다.

북측의 기술자로서 노력훈장을 비롯해 10개의 훈장을 받아 옷에 달고 나온 남동생 인형(61)씨는 "오느라 얼마나 고생 많았냐"면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쳐냈다.1차 상봉 때 장이윤씨의 109세 노모가 세상을 떴다는 소식에 동생들을 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장씨에게 방북을 양보했던 그였기에 이 날의 만남은 더욱 뜻깊었다.

원형씨는 "장이윤씨가 소원을 풀었다고 했는데 이제는 나도 소원을 풀었다"고 말했다.

##2차 탈락뒤 뒤늦게 행운

○…기대하지 못했던 뜻밖의 행운.

당초 이산가족 방북단 100명에 선정되지 못했지만 서광옥(85.여)씨가 건강문제로 방북을 포기함에 따라 교체된 예비후보 1번 김명식(89.경기 포천군 화현면)씨. 평남순천이 고향인 김씨는 조카 정현(64)씨를 부둥켜 안고 통곡했다.

김씨처럼 방북 대상자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포기함에 따라 행운을 거머쥔 이경훈(83.경북 김천시 부항면)씨도 조카들을 만났다. 이씨는 당초 기대했던 승원(61)씨외에도 승건(43)씨를 만나게 되자 얼굴을 어루만지며 상봉의 기쁨을 나누었다.

##'종교탄압'생이별 한 풀어

○…1.4후퇴 직후인 1951년 1월8일 '종교탄압'을 피해 월남하다 헤어진 아내와 두 아들을 상봉한 교회장로 양철영(81.서울 마포)씨는 30일 오후 아내 우순애(73)씨의 뺨을 끝없이 어루만지며 50여년간 쌓였던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냈다.

양씨는 이날 아내 우씨에게 "혼자서 시어머니 부양하고 아들, 손자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 부여잡은 아내의 손을놓지 못했고 우씨는 "살아있는 것만도 고맙다"며 눈물을 그치지 않았다.

##유복자 아들과 만나

○…"어머니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제야 오셨습니까"

유복자로 태어난 생면부지의 아들은 아버지를 부둥켜 안았고 아들의 존재조차 몰랐던 아버지는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현서욱(80.부산시 남구 대연동)씨는 유복자 중만(50)씨를 지난달 30일 처음으로 대면했다.

여동생 순애(61)씨만 살아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뜻하지 않게 아들을 만나게된 것이다. 조그마한 아이로만 기억했던 여동생 정옥(65)씨의 생존 사실도 추가로 확인했다.

현씨는 아들과 누이를 붙잡고 울음을 참지 못하다가 "살아있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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