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차 이산상봉-北남편 만난 유순이씨

"왜 이제야 왔어요. 전쟁터까지 돌아다니며 얼마나 찾아헤매고 애타게 기다렸는데…"

결혼 6개월만에 '형님을 대신해 인민군에 입대하게 됐다'는 말만 남긴 채 훌쩍 떠나가버린 남편 김중현(68)씨를 반세기만에 만난 유순이(71.서울 강서구 신월7동)씨는 너무도 반가운 나머지 '원망'과 함께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여보, 미안하오.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소"

수줍음 잘타던 새색시의 모습은 간 데 없고 주름진 얼굴에 반백의 할머니가 된 아내를 본 김씨는 뱃속의 아들을 홀로 잘 키워낸 데 대해 미안하다는 말부터 건넨 뒤 "예전의 모습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구료"라며 뜨겁게 포옹했다.

"당신이 살아 계셔서 너무 고마워요. 하늘이 무심하지 않으셨어요".

유씨는 세상의 온갖 유혹과 고난에도 불구, 수절하며 살아온 보람을 이제야 찾은 듯 살아서 만나게 된 남편에게 감사했다.

이어 유씨는 정성스레 준비한 금반지와 시계를 남편에게 직접 채워주기도 했다.유씨는 또 "1차 상봉 때 당신 이름이 빠져 하늘이 무너지는것 같았어요"라며 뒤늦게나마 만나게 된 것을 기뻐하며 남편 손을 놓지 않았다.

한 켠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상봉을 지켜보던 아들 영우(49)씨도 눈물을 훔치며 "아버님, 제가 아들 영웁니다. 절 받으세요"라며 넙죽 큰 절을 올렸다.

처음보는 장성한 아들의 모습에 놀란 김씨는 "어디보자, 네가 내 아들이구나. 애비없이 자라느라 얼마나 설움이 많았느냐"며 얼싸안고 그동안의 회한을 모두 씻어내리기라도 하듯 눈물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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