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5시9분께 김포공항에 도착한 이산가족북측 방문단은 50여년만에 이루어지는 혈육상봉의 기대감에 한결같이 상기된 표정이었다.
장재언(張在彦) 북한적십자회 중앙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측 방문단은 남측 방문단이 이용한 대한항공 특별기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간단한 입국 수속을 마치고 30여분만에 공항 주차장에 대기중이던 버스 10여대에 분승, 숙소인 잠실 롯데월드 호텔로 떠났다.
○…북측 방문단을 태운 10여대의 버스는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숙소인 잠실 롯데월드 호텔로 향했다.
공항 당국자는 "도착이 늦어져 일정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단 숙소로 떠나기로 돼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포공항에는 몇시간이라도 빨리 혈육을 상봉하려는 남측가족 100여명이 낮 12시께부터 플래카드 등을 들고 마중을 나왔다.
나홍균(39)씨는 "죽은줄 알고 제사까지 지내왔던 작은 아버지 도서(69)씨가 이번 북측 방문단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듣고 생존사실을 알았다"며 "오후 2시부터 나와 3시간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방문단에 자신의 가족은 포함돼있지 않지만 혹시라도 생존 소식을 전해들을까 해서 나온 이산 가족들의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이날 김포공항에 도착한 북측 방문단은 복장을 통일, 지난 1차 방문 때보다 다소 딱딱한 느낌을 주었다.
남자의 경우는 쥐색 또는 감색 반코트와 양복에 중절모 차림으로, 여자 역시 반코트와 치마 차림이었다.
이들은 특히 1차 방문 당시보다는 더 말을 아끼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취재진이 탄 봉고차량을 앞세운 이들이 단장인 장재언(張在彦) 북한적십자회 중앙위원장을 선두로 호텔에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호텔 직원 200여명이 손에들고 있던 꽃을 흔들며 환영했고 호텔에 묵고 있는 몇몇 내외국인 관광객들도 박수를 치거나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북측 이산가족들은 예정보다 길어진 여정에도 불구하고 상기된 표정속에 환영객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하거나 일부는 '조국통일'을 연호하며 손을 불끈 쥐어보이기도 했다.
○…상봉 가족들의 기본 필수품으로 등장한 물품은 사진첩.
이들은 사진첩을 꺼내놓고 오랜 세월 속에서 달라진 가족 및 친지들의 모습을 비교해 보거나 소식을 묻고 추억을 되새기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김봉회(68)씨는 남측 가족들이 준비해온 사진첩속에서 돌아가신 부모님의 사진을 발견하고는 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눈물을 흘리며 큰절을 올렸다.
홍세완씨도 동생들로부터 사진첩을 선물받았다. 조카 석봉씨는 사진첩 첫장에 "사랑하는 큰댁 가족들에게. 이곳에서 즐거웠던 모습을 모두 담았습니다. 고이고이 펼쳐 보시며 서로 생각해요"라는 글을 써넣고 맨 마지막장에는 남쪽 가족의 주소와 생년월일, 전화번호를 꼼꼼히 적어 눈길을 끌었다.
○…당초 2시간 정도 진행될 예정이던 단체 상봉시간이 전체적인 일정지연으로 30분 가량 단축돼 밤 9시 50분께 종료를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이산가족들은 못내 아쉬워하며 발을 떼지 못한채 만찬장으로 향하는 북측 가족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산가족들은 "50년 한을 풀려고 4시간을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렸는데 벌써 헤어지라고 하니 너무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하면서도 1일 개별상봉을 할 수있다는 기대감에 스스로 위로하며 천근같은 발걸음을 옮기며 서울의 집이나 숙소로 돌아갔다.
○…30일 밤 9시50분께 서울 서초구 반포동센트럴시티 6층 밀레니엄홀에서 집단상봉을 마친 북측 상봉단은 남측 가족을 아쉽게 떠나보낸뒤 10시10분께부터 5층 메이플룸으로 자리를 옮겨 만찬을 시작했다.
이날 지체된 일정으로 뒤늦은 만찬인 탓에 맛있게 식사를 하면서도 감동과 설렘이 가라앉지 않은 듯 상기된 표정속에 연신 남측 가족들로부터 건네받은 사진을 들여다보거나 동료들과 상봉 사연을 나누다 흥에겨워 노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각 테이블마다 백세주와 맥주, 백포도주 등이 2병씩 놓였고 술이 한순배씩 돌고 나자 이내 만찬장은 노래자랑을 방불케하는 흥겨운 무대로 변했다.
밤 10시50분께 리용재(66)씨가 '우리의 소원'을 선창하자 모두가 합창했고 뒤이어 신용대(81)씨의 '그리운 강남', 박태서(62)씨의 '아리랑' 등이 터져나오며 몇몇 이들은 흥에 겨워 춤을 추기도 했다.
○…남북 인사 240여명이 참석한 이날 만찬에서 장정자 한적 부총재는 "6·15남북공동선언 실천을 위해 이산가족 상봉이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환영사를 했고 장재언 북측 단장은 "이번 상봉으로 민족자주 대단결을 지향해 우리 민족의 모습을 온세상에 보여주자"고 답했다.
양영식 통일부 차관과 김몽은 한국종교연합회 회장 등은 장 단장과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다.
11시30분께 만찬이 끝나자 박태서씨가 '조국통일'을 외치며 주먹을 치켜들자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30일 저녁 50년만에 남측 가족들과 감격적으로 만난 북측 이산가족 상봉단은 상봉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 듯 밤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집단상봉을 마친 북측 방문단 일행 136명은 자정을 넘긴 1일 0시5분께 단장인 장재언(張在彦) 북한적십자회 중앙위원장이 탄 다이너스티 승용차를 선두로 숙소인 롯데월드 호텔에 도착했다.
기상악화로 인한 지연된 일정속에 피곤한 듯 걸음걸이는 다소 느렸지만 만면에 미소는 잃지 않았다.
김일성대 어문학부 교수인 김영황(69)씨는 "기쁘니까 잠이 더 잘 올것같다"면서"내일 (가족들과) 만나서 할 얘기가 많으니 빨리 잠을 자둬야 겠다"며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북한농업과학원 연구사 김규서(64)씨는 취기로 얼굴이 다소 상기된 채 "기분이 좋아요. 그럼 50년만의 상봉인데…"라고 말했다.
객실로 돌아간 북측 방문단 일행은 대부분 방안에 머무르면서 같은 객실 동료들과 남측 가족들을 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반세기만에 만난 가족들 생각에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어요"
1일 방남(訪南) 이틀째를 맞은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원들은 50년만의 혈육상봉의 감격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탓에 눈이 충혈되는 등 대체로 피곤한 모습이었으나 오전에 다시 한번 만날 가족들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서울에서의 첫 아침을 맞았다.
북측 단원들은 이날 오전 8시께 호텔 32층에 마련된 뷔페식당 '라센느'에서 쇠고기 무국, 밥, 옥수수죽, 녹두빈대떡, 옥돔구이, 굴김치, 알조림 등 주식과 과일, 식혜 등 후식으로 차려진 아침식사를 마쳤다.
이들은 대부분 국을 거의 남기지않고 밥 한공기씩을 다 비웠으며 어제 만난 가족 및 오전 개별상봉을 주제로 식사 내내 이야기꽃을 피웠다.
○…평양방문 이틀째를 맞은 남측 방문단은 1일 오전 9시 40분께 북측 가족들이 고려호텔 로비에 도착하면서 술렁대기 시작했다.
방문단원 가운데 최고령인 100세의 유두희 할머니는 대한적십자사 여직원과 함께 첫 밤을 지낸뒤 이날 객실인 2008호에서 아들 동길(75)씨에게 내복과 시계를 선물로 전하면서 그동안 자식을 거두지 못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북측 안내원의 유도로 객실에 입실한 북측 가족들은 술과 달력 등이 담긴 선물 꾸러미를 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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