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 1천여 영화관 사상교육 거점활용

지난 7월 북한영화 '불가사리'의 남한 상영에 이어 이달 중순 남한 영화인들이 북한을 찾아 영화 교류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북한의 영화는 물론 영화관 등 시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북한 영화관 및 운영 실태 등을 알아본다북한에서는 현재 1천여개의 영화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중에서 지난 89년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맞아 평양 대동강의 양각도에 설립된 '평양국제영화회관'은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 이 영화관은 좌석 2천개, 600개, 300개, 100개, 50개(2개) 규모의 6개 영화관을 갖고 있으며, 건물 중심부에 위치한 2천석짜리 영화관은 동시번역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외국영화를 보는데 어려움이 없다.영화표는 직장에 대부분 배정되고 있고, 개인에게 판매될 표는 극장 관계자들이 친지나 친구, 안면이 있는 사람들에게 미리 빼돌리는 경우가 많아 매표소에서 표를 구하기 어려울때가 잦다고 한다.

우리와 비교할 때 가장 차이나는 점은 영화 상영기일이 짧다는 점. 인기를 끄는 영화는 오랫동안 상영하는 자본주의 국가의 영화관과는 달리 평양의 영화관은 2, 3일 주기로 작품을 바꾼다. 물론 '특별상영'이라고 하여 장기간 상영하는 때도 있기는 하지만 드물다.

또 하나의 특이한 점은 간단한 먹을거리를 파는 매점을 영화관 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영화관을 단순한 오락을 위한 장소로 간주하지 않고 '사상교양의 거점'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상교양을 위해 영화가 상영된다고 해서 결코 딱딱한 분위기가 이어지지는 않는데 이는 북한 사람들이 영화관을 문화정서 생활의 최고 전당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은 "혼자 느끼는 감동보다 어둠 속에서 다른 많은 사람들과 함께 느끼는 감동이 더 크며, 감동의 상호작용을 낳을 수 있는 마당이 바로 영화관"이라며 "이런한 점 때문에 수백명의 관객들이 함께 웃음을 터뜨리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등 자본주의국가 영화관에서 찾아보기 힘든 열기와 흥분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 수입영화는 평양 외 지방도시에서는 거의 상영되지 않는다. 평양의 경우도 영화축전 등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만 상영된다. 상영작품은 주로 비동맹국가에서 제작된 것이다.

영화관이 없는 농촌지역에서는 영화관에서 직장이나 마을을 찾아다니며 영화를 상영하는데 상영작품은 김일성 주석 전기 등 사상·교양물이 대부분이다.

한편 조선신보는 평양의 한 영화관 직원 말을 인용, "90년대 이후 텔레비전에 방영되는 연속극이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있지만 영화관을 찾는 관객의 수는 줄지 않고 있다"고 최근 전했다

최재수기자 bio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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