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다. 새 천년이 온다고, 세상이 바뀐다고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던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새천년 12월이다. 밀레니엄 해맞이 공원을 만들고 태양이 가장 먼저 뜬다는 남태평양에서 채화한 빛을 공수하고 파리가, 뉴욕이, 세계가 들썩였던 것이 바로 지난해 이때였다.
그러나 세상 돌아가는 꼴은 여전하다. 수많은 신조어속에 새로운 비리와 부패의 고리는 끈질기게 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한 중소기업가가 국세청을 상대로 한 하소연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얼마나 악에 받혔으면 권력의 서슬에 '알몸으로 시멘트 바닥을 받듯' 그렇게 덤벼들 수 있겠는가. 그곳 뿐일까. 결국 법원이 진실을 들추기까지 검찰은 끝내 권력층을 비호했지만 그것을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었다. 청와대 청소직의 비리는 누구한테 배웠을까. 윗선의 교사나 하다못해 묵시적 동조가 없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벤처 기업가의 권력을 등에 업은 금융 비리를 보면서 구악을 능가하는 신악을 본다. 그런데도 검찰은 '사정'을 하겠다니….
##구악 능가하는 신악
IMF가 언제였느냐며 촐랑대더니, 지금 거리로 몰리고 있는 실업자들은 이 겨울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국가의 어려움을 극복한다며 장롱속 돌반지까지 내놓았던 민심은 이제 그런 국민들의 마음까지 앗아가버린 지도층에 더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난파선에서 목숨을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던졌는데 풍랑이 가라앉고 보니 지도층은 짐을 줄이기는커녕 승객이 내던진 보따리까지 가로챈 모양새와 다를 바 없다. 새천년에는 적어도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했던 그 소망이 이렇게 처참히 부서지는 것을 새천년 들면서부터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까지 계속 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어이없을 뿐이다.
##돌아선 민심
새로 시작하자.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고들 한다. 그러나 개혁이 왜 어려운가.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 아닌가. 국정 관리능력을 상실한 정권, 사회의 구심점이 없어진 정부를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그래서 '차라리 ×××가 다시 한 번 일어나야 해' 하는 시중 민심이 예사롭지 않다. 이 신뢰를 회복하는 일에 지도층은 밤을 새워가며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쯤에서 한 번 쯤 이런 제안도 해본다. "지금까지의 모든 잘못은 용서한다. 나(우리)도 이러저러한 잘못을 저지른 적이 있다. 이 모든 것을 국민들께 고백하고 용서를 빈다. 그리고 우리 모두 모든 것을 털고 새로 시작하자. 그리고 지금까지는 모두 잊고 새로 시작하자. 그리고 새해부터는 이러이러한 일들을 시행한다" 이런 준비에는 무엇보다 지도층의 과감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용서를 빌고 그리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새로 한해를 맞기 전인 지금이 바로 그 때다. 지금 그 시점을 정하고 유예기간도 두고 실천하는 것이다.
##지도층 자기반성 앞서야
한국 천주교는 3일 지금까지의 과오를 반성하는 문건을 발표하고 참회키로 했다. 이에앞서 로마 교황청은 지난 3월 '회상과 화해'라는 제목으로 기독교 2천년의 역사동안 저지른 각종 과오를 공식 인정하기도 했다.
툴 툴 털고 새로 시작하자. 정권도, 지도층도 모두 자기반성이 있어야겠다. 대통령부터 특정시간 전국의 TV가 동시에 생중계하는 가운데서 양심고백이라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권재창출에 대한 미련 같은 것은 버리고 평상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도층의 맹렬한 반성과 솔선만이 전국민적으로 만연한 부패의 고리를 끊고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그것만이 '차라리 혁명이라도 일어났으면…'하는 일부 시민의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바람을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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