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IMF 3년, 지역경제 더 수렁속으로

'위기→경제주체 각성→경기회복→자만→다시위기'

모 그룹경제연구소의 'IMF3년 연구보고서'는 최근 3년의 한국경제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지만 대구지역 경제는 '경기회복→자만'의 순서가 빠진 듯하다. 짧은 회복기를 제외하고는 깊은 수렁의 터널을 계속 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중 IMF를 완전히 벗어나는데 앞으로 더 걸릴 기간에 대해 '3년이후'로 답한 사람이 64.4%로 가장 많았지만 대구지역에도 적용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대구상공회의소의 조사는 지역경제가 수출채산성 악화, 원가상승 등 경기불안요인을 여전히 안고 있으며 IMF이후 경제의 수도권집중화는 더욱 심화되는 현상을 보여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경제의 현주소

외환위기 3년간 지역의 중견기업들은 속속 워크아웃, 화의, 법정관리에 들어가 정상적인 경영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동은행을 비롯 6개의 금융기관들이 퇴출돼 경제기반마저 무너져 내린 것이 대구경제의 모습이다.

그외에도 삼성투자신탁이 합병되어 지역본사가 사라지고 증권거래소 대구사무소도 폐쇄될 위기에 처해 있다. 영남종금도 한스.한국.중앙종금과 통합하여 12월초 영업을 시작하는 하나로종금으로 출발할 예정이어서 지역에 본사를 둔 종금사는 모두 없어지게 됐다. 크고 작은 기업들은 줄줄이 도산하고 서민금융기관인 신협이 문을 닫는 등 지역 산업인프라는 더욱 약화되고 있다.

국가신인도의 회복과 함께 금리.환율.주가 등 각종 경제지표들도 일시적으로 제자리를 찾는듯 했으나 금년 하반기 이후 곳곳에서 침체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의 지역경제 동향

주요경제지표들은 악화된 지역경제의 실상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국의 생산지수(95년=100)는 IMF발발 시점인 97년에 113.6을 기록했으나 올 10월에는 164.6으로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그러나 대구는 97년 96.6에서 올 10월에는 93.5로 전국의 생산지수 크게 대조를 보이면서 오히려 IMF이전 수준을 밑돌고 있을 정도이다.

중소기업 조업상황은 97년 70.0%의 정상조업률이 98년에는 59.7%로 전년 대비 10.3%포인트나 하락했다. 평균가동률로 통계산정방법이 변경된 99년 7월 73.3%로 나타났으며 올 3월 75.9%를 정점으로 계속 하락세를 보여 10월에는 72.3%로 올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맴돌고 있다.

지역의 월평균 실업률과 소비자물가지수는 다소 나은 편이다. 97년 3.9%, 98년 8.0%, 99년 7.1%이던 월평균 실업률이 올 10월에는 4만9천여명이 일자리가 없어 4.2%로 하향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대우차부도, 삼성상용차 청산 등 부실기업 퇴출여파로 이러한 하락세가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가 없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올 10월 121.7로 전국의 123.4보다 1.7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첩첩이 쌓인 난제들

3년동안 절망과 좌절,일시적인 희망을 동시에 주었던 IMF에서 대구경제가 벗어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정책과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경제활동의 근간인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시책을 강화하는 한편 수출활성화 및 지방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지방으로 본사나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에게 세제.금융상의 혜택이 실질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수도권 경제력 집중방지대책과 지방경제 살리기특별법과 같은 처방이 절실한 실정이다.

지방정부의 역할도 정부시책 못지않게 중요하다. 산업활동과 경제발전의 원동력인 고부가가치 첨단 기술산업을 유치.육성하고 산업금융 활성화를 통한 제조업 금융지원 확대해야 한다.

또 연관효과와 고용창출효과가 매우 큰 대기업도 적극 육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 부족한 공장용지 확보와 산학을 연계한 각종 연구소 설립도 뒤따라야 한다.

그외에도 대구공항 국제화, 관광자원 개발, 밀라노프로젝트의 실속있는 추진, 대구테크노파크의 기능강화, 유망벤처산업 발굴.육성등 숙제는 무수히 많다.

최근 삼성상용차 퇴출과 대우자동차의 부도로 인해 지역의 자동차산업벨트화가 실패로 끝남에 따른 대체 프로젝트 개발이 당장의 과제로 떠오른 실정이다.

이형우기자 yudam@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