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97년 12월 3일 379 →2000년 1월 4일 1059 →2000년 12월 1일 514.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만 3년을 맞은 우리 경제의 현 주소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바로 종합주가지수다. 주식인지 휴지조각인지 구분키 어려운 300선대의 파탄지경에서 IMF를 맞은 뒤 네자릿수 주가지수로 대표되는 이례적인 회복세를 거두었다가 반토막 장세를 헤매는 위기상황에 다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3일은 우리나라가 IMF 관리체제에 들어간 지 만 3년이 되는 날. 그동안 뼈를 깎는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했는가 싶었는데 제2의 경제위기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그때보다 더 어렵다는 아우성도 들린다.
IMF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들은 예외없이 모두 3년차에 또다시 위기를 맞는다는 이른바 IMF 3년차 증후군이 엄습하고 있는 것이다.
▨지표로는 크게 호전
우리나라는 각종 거시지표상 3년전 수준을 회복했다.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98년 -6.7%에서 99년 이후 10% 내외, 올해 예상치 9.2%라는 빠른 회복세를 보였고 1인당 국민소득도 97년 1만307달러에서 99년 8천581달러로 떨어졌다가 올해 9천914달러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 예전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외환유동성도 대폭 좋아져 97년말 39억달러였던 외환보유고는 지난달말 현재 933달러로 불어났다.
나라의 살림살이를 나타내는 경상수지는 97년 82억달러 적자에서 올해 100억∼120억달러 흑자예상으로 돌아섰다.
작년 2월 178만명이었던 실업자는 지난달 76만명으로 줄었고 97년말 1.5%였던 어음부도율은 지난달 0.2%로 안정됐다. 회사채 금리는 97년말 31%에서 지난달 8.4%로 떨어졌다.
▨다시 엄습한 경제위기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상태다. 금융시장은 원화가치, 채권값, 주가의 트리폴 약세에 시달리고 있고 실물경제는 하강국면이 뚜렷하다.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천200원으로 급등했고 주식시장에는 무기력증이 완연하다경기 위축도 뚜렷하다. 상반기에는 경기과열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쟁을 벌일 정도였는데 이젠 소비·투자심리의 동결을 걱정하는 소리가 압도적이다. 산업생산이 9, 10월 각각 전월보다 4.4%, 0.4% 줄어든 것은 이를 반영하는 지표다.
기업·금융 구조조정도 곳곳에 있는 암초에 부닥치고 있다.
현대건설 위기는 언제 재발할지 모르며 현대투신 문제도 미해결 상태이고 대우자동차는 구조조정에 대한 노사간 갈등을 안고 있다.
금융 구조조정에 64조원을 조성해 모두 109조원을 자금을 썼는데도 다시 40조원을 새로 조성해야 하는 현실이 금융개혁의 현장이다.
평화·광주·제주 은행 노조는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지주회사 방식을 거부하고 있으며 한국전력을 비롯한 공기업 노조들과 민주노총·한국노총·금융노련 등 노동단체들은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외부적으로도 상황은 좋지 않다. 미국경제 경착륙설, 동남아국가 통화가치 폭락, 반도체가격 하락 등 각종 악재가 파도처럼 밀려들고 있다.
▨구조조정만이 살 길
문제는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들의 위기극복 자세가 해이해졌다는 데 있다. 한 경제연구소가 전국 1천가구를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IMF 위기극복 점수는 100점 만점에 38.6점에 불과했다. 지난해의 45.1점보다 오히려 크게 떨어진 것이다.
특히 정부의 정책오류가 이처럼 허술한 위기극복을 부채질했다. 미숙한 구조조정정책, 모럴 해저드만 양산한 워크아웃제, 실패한 빅딜정책 등이 그것이다.
이런 위기를 헤쳐나갈 방도는 구조개혁을 철저히 추진하는 것뿐이다.
침체된 실물경기를 되살리려면 소비·투자가 살아나야 한고 이를 위해선 주식시장이 활성화되야 한다. 그런데 증시에 자금이 들어오려면 구조개혁이 철저히 마무리돼야 하는 것이다. 금융·기업부실을 도려내지 않으면 위기가 반복되는 남미의 길을 뒤따라갈 수밖에 없다.
정치안정, 노동조합 및 이익단체들의 협조 등도 필수적이다.
우리 경제의 위기극복과정이 V자로 끝날지 다시한번 위기국면이 닥치는 W자로 나타날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스웨덴이나 노르웨이도 외환위기에서 빠져나오는 데 7년이 걸렸고 그 어느나라도 3년만에 외환위기를 극복한 경우는 없다는 지적에 비쳐볼 때 각 경제주체가 어떤 현실인식을 갖고 앞으로 어떤 자구노력을 해야할지는 분명해진다.
이상훈기자 azzza@imaeil.com
◈대구
'위기→경제주체 각성→경기회복→자만→다시위기'
모 그룹 경제연구소의 'IMF3년 연구보고서'는 최근 3년의 한국경제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지만 대구지역 경제는 '경기회복→자만'의 순서가 빠진 듯하다. 짧은 회복기를 제외하고는 깊은 수렁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중 IMF를 완전히 벗어나는데 앞으로 더 걸릴 기간에 대해 '3년이후'로 답한 사람이 64.4%로 가장 많았지만 대구지역에도 적용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대구상공회의소의 조사는 지역경제가 수출채산성 악화, 원가상승 등 경기불안요인을 여전히 안고 있으며 IMF이후 경제의 수도권집중화는 더욱 심화되는 현상을 보여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경제의 현주소
외환위기 3년간 지역의 중견기업들은 속속 워크아웃, 화의, 법정관리에 들어가 정상적인 경영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동은행을 비롯 6개의 금융기관들이 퇴출돼 경제기반마저 무너져 내린 것이 대구경제의 모습이다..
그외에도 삼성투자신탁이 합병되어 지역본사가 사라지고 증권거래소 대구사무소도 폐쇄될 위기에 처해 있다. 영남종금도 한스·한국·중앙종금과 통합하여 12월초 영업을 시작하는 하나로종금으로 출발할 예정이어서 지역에 본사를 둔 종금사는 모두 없어지게 됐다. 크고 작은 기업들은 줄줄이 도산하고 서민금융기관인 신협이 문을 닫는 등 지역 산업인프라는 더욱 약화되고 있다.
국가신인도의 회복과 함께 금리·환율·주가 등 각종 경제지표들도 일시적으로 제자리를 찾는듯 했으나 금년 하반기 이후 곳곳에서 침체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의 지역경제 동향
주요경제지표들은 악화된 지역경제의 실상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국의 생산지수(95년=100)는 IMF발발 시점인 97년에 113.6을 기록했으나 올 10월에는 164.6으로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그러나 대구는 97년 96.6에서 올 10월에는 93.5로 전국의 생산지수와 크게 대조를 보이면서 오히려 IMF이전 수준을 밑돌고 있을 정도이다.
중소기업 조업상황은 97년 70.0%의 정상조업률이 98년에는 59.7%로 전년 대비 10.3%포인트나 하락했다. 평균가동률도 통계산정방법이 변경된 99년 7월 73.3%로 나타났으며 올 3월 75.9%를 정점으로 계속 하락세를 보여 10월에는 72.3%로 올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맴돌고 있다.
지역의 월평균 실업률과 소비자물가지수는 다소 나은 편이다. 97년 3.9%, 98년 8.0%, 99년 7.1%이던 월평균 실업률이 올 10월에는 4만9천여명이 일자리가 없어 4.2%로 하향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대우차부도, 삼성상용차 청산 등 부실기업 퇴출여파로 이러한 하락세가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가 없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올 10월 121.7로 전국의 123.4보다 1.7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첩첩이 쌓인 난제들
3년동안 절망과 좌절, 일시적인 희망을 동시에 주었던 IMF에서 대구경제가 벗어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정책과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경제활동의 근간인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시책을 강화하는 한편 수출활성화 및 지방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지방으로 본사나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에게 세제·금융상의 혜택이 실질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수도권 경제력 집중방지대책과 지방경제 살리기특별법과 같은 처방이 절실한 실정이다.
지방정부의 역할도 정부시책 못지않게 중요하다. 산업활동과 경제발전의 원동력인 고부가가치 첨단 기술산업을 유치·육성하고 산업금융 활성화를 통한 제조업 금융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또 연관효과와 고용창출효과가 매우 큰 대기업도 적극 육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 부족한 공장용지 확보와 산학을 연계한 각종 연구소 설립도 뒤따라야 한다.
그외에도 대구공항 국제화, 관광자원 개발, 밀라노프로젝트의 실속있는 추진, 대구테크노파크의 기능강화, 유망벤처산업 발굴·육성등 숙제는 무수히 많다.
최근 삼성상용차 퇴출과 대우자동차의 부도로 인해 지역의 자동차산업벨트화가 실패로 끝남에 따른 대체 프로젝트 개발이 당장의 과제로 떠오른 실정이다.
이형우기자 yud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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