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납북자 가족상봉 의미

납북자 가족이 제2차 이산가족 방문단에 포함돼 평양을 방문, 가족들을 만남에 따라 그동안 이산의 한을 안고 살아오던 납북자 가족들의 상봉 길이 열리게 됐다.지난 87년 납북된 동진호 선원 강희근(49)씨의 어머니 김삼례(73)씨가 2차 이산가족 방문단에 포함돼 평양에서 13년전 헤어진 아들을 극적으로 만나 70회 '생일상'까지 받았다.

물론 북측이 그의 납북을 '의거 입북'으로 규정하고 강씨가 북측 지역에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해 의거 입북 여부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납북자 가족의 이번 평양 상봉은 향후 흩어진 가족의 범위를 확대하고 납북자 문제를 풀어나가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그동안 납북자들을 '이산동기 불문의 원칙'에 따른 광의의 이산가족으로 규정하고 일반 이산가족의 상봉 차원에서 접근해 왔다. 특히 정부는 남북관계 진전에 따른 납북자 가족들의 상봉 욕구를 특사접촉, 장관급회담, 적십자회담 등 각급공식회담을 비롯해 막후 채널을 통해 북측에 전달해 왔고 이러한 꾸준한 노력이 미미하나마 결실을 보게 된 셈이다.

현재 남측에는 지난 70년 이후 납북자 217명을 포함해 전후 총 487명의 납북자가 발생했고 그 가족들은 '납북'사실을 쉬쉬하며 살아왔다.

납북자 가족들은 지난 6월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납북자 가족모임'등을 구성해 가족 상봉, 나아가 재결합이 가능하도록 노력해 줄 것을 정부당국에 적극적으로 요구해왔다.

이에따라 정부와 대한적십자사는 납북자 문제 해결의 한 방안으로 이번 2차 방문단 후보자 명단을 북측에 넘겨주면서부터 납북자 가족을 후보자 속에 포함시켜 조용한 해결을 추진했다.

특히 언론에도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북측의 진의를 파악할 수 있을 때까지 비보도를 요청했다. 언론에서도 사실 보도도 중요하지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납북자들이 횟수를 거듭하면서 만나는 점이 중요하다는 점에 이해를 같이하고 이러한 요청을 수용했다. 그러나 북한 방송이 2일 이례적으로 납북자 가족 김삼례씨의 방북 및 아들 상봉을 보도함에 따라 그같은 비보도 요청이 지켜질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남북간 납북자 처리문제와 관련, 이러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요구와 비판은 끊이질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야당은 국군포로와 함께 납북자를 일반 이산가족 범주에 넣어 해결하고자하는 정부의 자세에 못마땅해 하고 있다. 야당과 일부 보수세력들은 납북자의 경우 일반적인 이산가족이 아니라 '피랍자'로 규정, 송환을 통해 문제를 근원적으로 풀어야할 인도주의적 접근 대상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납북자 단체에서도 상봉 대상의 확대와 이산가족 상봉단이 아닌 별도의 방문단 구성 등을 주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납북자 상봉은 남북간에 걸려있는 또 하나의 쟁점이 해결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따라서 과도한 재결합 요구 등은 오히려 상봉 기회까지 막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측에 대한 요구수준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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