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가지마" "살아서 꼭 다시 만나자"반세기만에 2박3일간 짧은 만남을 가진 뒤 또다시 기약없이 헤어져야 하는 남북이산가족들은 2일 아침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호텔에서 안타까움속에서 작별을 나누며 눈물바다를 이뤘다.
북측 방문단은 이날 아침 일찍 양식과 한식이 함께 준비된 호텔 32층 라세느식당에서 서울에서의 마지막 아침식사를 했다.
그러나 방문단은 북으로 돌아가기 위해 가족과 헤어져야 한다는 안타까움에 밤잠을 설친 듯 푸석푸석한 모습이었으며 대부분 아침식사를 먹는 둥 마는 둥 했다.또 하나같이 굳은 표정이어서 식당안은 침울한 분위기였다.
노모를 만난 정재갑(66)씨는 "가족들과 또 헤어져야 하니 무척 아쉽다"고 말했고, 누나를 만난 박태서(62)씨는 "잠을 통 이룰 수가 없었으나 이럴수록 통일을 빨리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라며 짐을 꾸리러 총총히 객실로 향했다.김일성종합대학 교수인 김영황(69)씨도 "그저 서운할 뿐이야…"라고 말끝을 흐리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고, 형제들을 만났던 전영후(66)씨는 "한 순간 만나고 또 이렇게 헤어져야 한다니 꿈을 꾸는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호텔에서 열린 1차 개별상봉을 마친 뒤 3층 '크리스탈홀'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반세기만의 식사'를 함께 했다.
이산가족들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전날 단체상봉과 이날 오전 개별상봉에서 50년간의 간극으로 인한 어색함을 깨뜨리고, '하루빨리 통일이 돼 자유스럽게 만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산가족들은 '남과 북 가족의 현실이나 서로의 체제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면서 양보와 타협의 정신으로 남북화해와 통일을 기원했다.
이날 오찬에는 호텔측이 정성스럽게 마련한 제주옥돔구이와 갈비구이, 쇠고기국, 전화유, 호박죽 등 한식류와 맥주, 문배주, 백세주 등이 어우러졌으나 이산가족들은 숟가락 드는 것도 잊은 채 이야기꽃을 피웠다.
다음달 칠순을 맞는 리용호(68)씨는 여동생 선호(63)씨의 가족이 준비해온 케이크와 샴페인, 와인 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때이른' 칠순생일상을 받으며 계속 손수건으로 눈가를 적셨다.
선호씨가 "오빠의 생신을 미리 축하해주고 싶었다"며 생일 축하노래를 부르자,용호씨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생일노래가 어색했던지 박수로만 노래를 따라한 뒤 형 인호(78)·봉호(70)씨 등과 함께 건배를 하고 사진촬영을 했다.
용호씨는 그러나 "나도 생일 때마다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미역국과 찰밥이 그리워 북에서도 생일상이 달갑지가 않았다"고 말해 또다시 울음바다.
박찬수(66)씨는 동생 찬희(62)·찬동(60)·찬도(50)씨 일가족 25명이 몰려 동생들 외에는 오찬장에 들어가지 못하자 이름표를 바꿔 달며 '릴레이 상봉'을 하는 진풍경을 낳았다.
이들은 공동오찬이 끝날 무렵 찬수씨에게 우르르 몰려가 캠코더와 사진기로 즉석 일가족 기념촬영을 했다.
○…이산가족 북측 방문단은 1일 오후 5시10분께 롯데월드 민속관에 도착, 쇼핑객 등 100여명이 보내는 환영의 박수에 일일이 손을 흔들어 답례하는 등 '한겨레'임을 과시했다.
방문단은 민속관에서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처럼 마냥 들떠 안내원의 설명에 귀를 쫑긋 세우고 각종 전시물을 주의깊게 관찰했다.
이들은 신라와 백제 등 북한에 자료가 빈약한 남한의 역사관에서 안내원에게 질문공세를 펼쳤고, '저잣거리'에서 식사를 하는 도중 박수로 환영하는 시민들에게 환한 미소로 답하는 여유도 보였다.
특히 단장인 장재언(張在彦) 북한적십자회 중앙위원장은 롯데월드 방명록에 북한에서 사용하는 주체연호 대신 '2000년 12월1일'이라고 적어 눈길을 끌었다.
○…민속관 앞에서는 김윤환(69)씨의 고향선배 김동욱(71·서울 도봉구 도봉동)씨가 오후 3시부터 '환영'플래카드를 들고 기다리다가 만나 짧은 포옹을 나누는 '깜짝상봉'도 있었다.
이들은 제주 북제주군 남원읍 신흥리 한 마을에서 어린시절을 함께 보냈고 서울 성동구 왕십리에서 6·25 직전까지 함께 자취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욱씨는 "이틀째 방문단을 쫓아다닌 끝에 겨우 만나게 됐다"면서 "'여호내'라는 고향동네를 같이 뛰어다니던 시절이 엊그제 같다"고 회상했다.
○…이산가족 개별상봉이 이루어진 1일 남측 가족들은 북에서 내려온 자식, 형제들에게 줄 선물을 한아름 준비했지만 남북양측의 합의에 따른 선물제한으로 아쉬움속에 마음만 전달하는데 그쳐야 했다.
선물제한은 지난달 9일 북측이 전화통지문을 통해 제2차 방문단 교환때부터 생존부모에게는 옷감 한벌 정도, 형제자매는 간단한 기념품, 현금은 미화 500달러 이하 등으로 제한하자고 제안한데 따른 것.
하재경(65) 김책공업종합대학 강좌장의 형 재인(74)씨는 동생이 연구과정에서 필요할 것으로 생각, 노트북 컴퓨터를 선물하기 위해 시장을 다니며 최신형 모델까지 조사했지만 당국에서 난색을 표시, 형제간의 애틋한 정을 접어야 했다.
재인씨는 대신 학자인 동생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과학자용 전자계산기와 확대경, 돋보기 안경 등을 선물로 준비했다.
재경씨는 답례로 생존해있는 유일한 혈육인 형의 건강을 생각해 백두산 들쭉술을 선사했다.
○…박재규(朴在圭) 통일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호텔 3층 크리스탈볼룸에서 주최한 북측 방문단의 환송만찬 일정은 당초 예정보다 2시간 정도 늦은 오후 8시 30분께 시작됐다.
이같은 상황은 만찬전 일정인 롯데월드 민속관 관람 코스 선택문제로 남북 간에 한때 고성이 오가는 등 논란이 있어 북측이 관계자의 사과를 요구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했기 때문이라는 관측. 일정 지연 탓인지 만찬에 참석한 북측 방문단원들은 무척 지친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단원들은 내일(2일)이면 남측 가족들과 헤어진다는 생각이어서인지 안타깝고 서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상봉 첫날(30일)부터 남측의 아내를 애타게 찾았던 권태성(77)씨는 처 김영희(72)씨가 녹내장에 걸려 앞을 보지 못하게 된데다 "재혼한 점이 마음에 걸려 만날 면목이 없다"는 말을 전해듣고 "아내를 두번 잃은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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