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수성구 중동 은혜경로당에서는 노인 7명의 조촐한 생일잔치가 열렸다.혼자 살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평소 생일상을 받지 못했던 이들은 경로당 회원들과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이날 잔칫상을 마련한 사람은 중동 일대에서 32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정위남 할머니(69·달성군 가창면). 경로당에서 '회장'으로 불리는 할머니는 '남을 돕는 재미로 사는 사람'이다.
지난 68년 경남 진주에서 남편을 따라 대구로 이사온 할머니는 사회사업가인 신수남(79년 작고)씨를 만나 봉사활동에 눈을 떴다. 신씨가 만든 '은혜를 생각하는 모임'에 가입, 당시 가난으로 굶주리던 사람들에게 국수와 빵을 만들어 나눠줬다. 또 초상집과 병자, 산모가 있는 집 등을 찾아 다니며 돌봤다.
정 할머니는 "더럽다고 남들이 피하는 일을 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하고 너무 즐거웠다"고 말했다.
신씨가 세상을 뜬 후에는 할머니가 모임을 주도했다. 자원봉사자와 회원들을 모아 헌 옷을 수선해 노인들에게 나눠주고 회비로 소년소녀가장을 도왔다.
가창면에 정착한 뒤부터 쌀과 채소 등 손수 지은 각종 농산물을 가져와 굶는 사람들에게 먹였다. 지난해 7천만원을 들여 은혜경로당을 새롭게 단장한 뒤 매월 1, 3번째 일요일 경로당 노인들에게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2일에는 가창집에서 재배한 배추와 무로 김장을 담가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나눠주었다.
정 할머니는 "쓸데없는 일 한다고 핀잔주던 남편과 네 아들도 이제는 힘껏 돕고 있다"며 "기력이 다할 때까지 봉사활동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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