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 정계로비 의혹 본격수사,총선 전후 거액 후원금 단서포착

진승현 금융비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검 특수1부(李承玖 부장검사)는 3일 진씨가 불법대출과 구명로비 등과 관련해 여야 정치인 등 정.관계에 거액을 살포한 혐의를 잡고 이같은 로비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검찰은 진씨가 지난 4.13 총선, 민주당 전당대회 등을 전후로 여야 의원들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제공한 단서를 포착, 진씨와 주변인들의 관련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또 이날 국정원 고위간부 K씨를 통해 검찰 고위간부를 상대로 진씨의 범죄혐의를 파악한 MCI코리아 전 회장 김재환(55)씨와 진씨로부터 거물급 변호사 선임부탁과 함께 10억원을 받은 검찰주사보 출신 브로커 김삼영(42)씨를 소환, 검찰 및 국정원 고위간부 외에 정치권에 진씨의 구명로비를 벌였는지도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진씨에 대해 증권거래법 위반(시세조종), 특경가법상 사기, 배임, 증재 등 6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진씨는 영장실질심사를 신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진씨는 지난 4월 자본금이 5만 스위스프랑(3천만~4천만원)에 불과한 스위스 소규모 무역업체 '오리엔털제이드'를 'SPBC(스위스 민간은행 컨소시엄)'으로 명칭을 변경, "11월까지 8천만달러를 투자해 경영을 정상화시키고 대한방직의 대출금 1천250억원의 변제기한을 3년간 연장해주겠다"며 대한방직 설원식 명예회장 등을 속인 뒤 대한방직 보유 아세아종금 주식 870만주(100억원 상당)를 10달러에 넘겨받고 아세아종금에서 200억원을 불법대출받아 아세아종금 자사주 620만주를 편취하는 등 아세아종금을 탈법인수한 혐의다.

진씨는 당시 아세아종금 상임감사였던 신인철(구속)씨에게 20억원의 커미션을 제공하고 아세아종금 인수후 개명한 한스종금과 리젠트종금에서 930억원을 불법대출 받았다.

또 지난 10월 KOL의 유상증자를 추진중이던 KOL 및 i리젠트그룹 짐 멜론 회장으로부터 "1천만달러 상당의 리젠트주식을 매수해주면 2개월후 매수원금에 연 15%의 이자를 가산해 되사주겠다"는 부탁을 받고 당시 리젠트증권 고창곤 사장 등과 공모, 10월7일~11월17일 리젠트증권 주식 278만주를 통정거래 등의 방법으로 집중매매,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진씨가 지난 6월 -4%에 불과했던 한스종금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1.06%로 조작, 금감원에 신고하는 등 한스종금과 열린금고의 BIS 비율도 조작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금감원이 전날 열린금고 불법대출사건과 관련, 진씨와 황규백 대표이사 등 열린금고 임원 8명을 고발해옴에 따라 이날 특수1부 검사 6명을 전원 투입, 금감원 관계자를 소환,조사하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진씨 중형 피하기 어려울 듯,특가법상 배임 등 6개 혐의-최고 무기징역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모두 6가지 혐의가 적용돼 3일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MCI코리아 대표 진승현(27)씨는 어느정도의 처벌을 받게 될까.

현재 진씨에게 적용된 죄목은 ▲특경가법상 사기 ▲〃 배임 ▲〃 증재 ▲업무방해 ▲증권거래법 위반(시세조종) ▲종합금융회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우선 특경가법상 사기혐의는 진씨가 한스종금을 인수하면서 외자유치 파트너로 내세운 스위스 프리밧방크컨소시엄(SPBC)이 소규모 무역회사의 이름을 바꾼 것일 뿐 실체가 없는 유령회사로 밝혀진데 따른 것이다.

진씨는 검찰 조사결과 신인철 전 한스종금 사장과 짜고 대한방직 임원들을 속여 시가 100억원 상당의 한스종금 주식 870만주를 단돈 10달러에 넘겨받고, 자사주 매입자금 200억원을 편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배임은 지난 3월 담보가치를 부풀려 리젠트종금으로부터 계열사인 현대창투에 600억원을 대출해줘 현대창투에 600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리젠트종금에 그만큼의 손해를 입힌 부분 등이다.

증재는 금융기관 임직원인 전 한스종금 사장 신씨에게 한스종금 인수와 편법대출 등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20억원을 건넨 혐의.

또 한스종금과 열린금고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조작한 것에 대해서는 금감원의 심사감독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가 적용됐으며 통정매매.허위 고가매수 주문 등의 수법으로 리젠트증권 주가를 끌어올린 부분에는 증권거래법 위반(시세조종)이 적용됐다.

종금사법 위반 혐의는 진씨가 동일인에게 자본금의 25% 이상을 대출해줄수 없도록 한 규정을 어기고 리젠트종금에서 불법대출받은 부분.

따라서 진씨의 형량은 특경가법상 사기.배임.증재에다 증권거래법 위반죄 등을 모두 합산해 결정될 수 있고 이 경우 무기징역이 가능하다. 우선 사기.배임 액수가 최고 가중처벌 한도인 50억원을 넘기 때문에 징역 5년 이상에서 최고 무기징역까지 가능하기 때문.

또 특경가법상 증재는 징역 5년 이하, 증권거래법상 시세조종은 10년 이하, 종금사법은 1년 이하 징역에 각각 처하도록 돼 있어 각 죄목의 경합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형량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진씨에게 경제범죄 중 가장 형량이 높은 죄목인 특경가법조항이 두개씩이나 적용됨에 따라 진씨가 중형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법조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