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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대법 휴일에도 심리…주초 판결

미국 대선 플로리다 주 투표와 관련한 법정 심리가 휴일이던 지난 토.일요일에도 계속됐다. 그러나 한국시간 월요일 오전까지도 판결은 나오지 않고 있으며, 플로리다 주 상원도 대통령 선거인단을 뽑기 위한 '특별회기'에 아직 찬성하지 않고 있다. 현재 법원에서 진행 중인 심리는 2개로, 조만간 그 결과가 발표되면 대선 시비에 큰 획이 그어질 전망이다.

○…현지에선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시간 3일 및 4일 오전에 2개의 중요 선거 소송 심리가 계속됐다.

하나는 "수작업 재검표를 받아 들이도록 명령한 플로리다 주 대법원의 판결은 위법"이라는 부시측 소송과 관련된 것으로, 이를 맡은 연방 대법원 판사 9명은 현지시간 2일에도 전원 출근, 사건을 논의했다.

이들은 보통 전원이 한자리에 모여 사건을 숙고한 후 한 판사에게 의견서를 작성토록 위임하고 나머지 판사들은 동의서나 반대의견서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서는 전원 일치 판결이 내려지기 힘들 것"이라며, 온건파 4명은 고어측을, 5명은 부시측을 지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하나의 심리는 플로리다 주 리언카운티 순회법원의 샌더스 솔스 판사가 주도하고 있는 것. "주 정부의 부시 승리 확정 발표는 잘못된 것이니, 데이드.팜비치 등의 논란표 1만4천여표를 추가 재검표토록 해 달라"며 고어측이 제기한 소송에 관한 것이다.

한국시간 2일 밤 11시20분에 심리를 시작, 날을 바꿔 3일 밤 11시에 다시 속개했으며, 4일 오전까지 심리가 계속됐다. 심리에서는 고어측 보이스 수석변호사, 부시측 리처드 변호사 등이 논쟁을 벌였고, 팜비치 및 데이드, 주 정부 등의 관계자도 불러 신문했다.

심리가 시작되자 부시측은 또 맞불을 놓아, 만약 고어측 요구가 수용된다면 브로워드 등 2개 이상의 카운티에서도 즉각 재검표에 착수해야 한다는 청원서를 2일 제출했다. 부시측은 368표 차로 패배한 뉴멕시코 주에 대해서도 수검표를 요구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썽많은 플로리다 주에서는 법으로 금지돼 있는데도 1년 이상 형을 받은 중범죄자들이 투표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져 또다른 말썽거리가 되고 있다.

현지신문인 마이애미 헤럴드는 최소 445명의 불법 투표가 확인됐으며, 주 전체로는 그 숫자가 5천여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들의 약 75%는 민주당원으로 밝혀져 부시측에 유리한 공격 거리가 돌출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부시는 2일 선거 이후 처음으로 로트 상원 원내총무 및 해스터트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와 회동, 의회 일정을 논의했다. 로트 총무는 앞서 "부시가 임명하는 각료들에 대한 상원의 인준절차가 빠르면 내년 1월4일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또 부시의 부통령 후보인 체니는 3일 MSNBC 방송에 출연해 고어가 승복토록 요구했으며, 고어측의 법정 소송을 총지휘하고 있는 크리스토퍼는 이에대해 "소송 결과를 봐 가며 가장 적절한 시기에 승복할 것이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고 응수했다.

○…대선 논란이 장기화되면서 미국인들의 인내심도 점차 약해지고 있으며, 부시 지지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4일 발매된 주간 뉴스위크지 최신호가 보도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법정공방 지지도는 3주 전 72%에서 2주 전 61%로, 지난 주에는 52%로 떨어졌다. 특히 어른의 55%는 고어의 대응 방식에 반대했고, 53%는 고어의 패배 인정을 요구했다. 반면 51%는 부시를 플로리다 승자로 생각했다. 이 조사는 지난 1일까지 1천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폭스뉴스 여론조사(900명)에서는 60%가 부시를 선호한 반면, 고어 선호자는 46%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6%는 부시의 승리를 주장했으며, 고어 승리 주장자는 25%에 불과했다. 특히 고어측 대응 방식에 부정적인 응답자는 43%로, 부시(26%)에 대한 것 보다 높았다.

○…미국이 사상 초유의 대선 위기를 겪는 동안 클린턴 행정부의 외교 업적이 속속 무너지고 있다고 독일의 dpa통신이 보도했다.

대표적 사례는 중동회담으로, 미국은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또 이라크 경제봉쇄도 붕괴되고 있으나 이를 저지할 능력이 없으며, 중동 국가들은 미국의 친 이스라엘 정책에 반발해 비행 금지구역이나 여객기 운항 금지 등을 공공연히 무시하고 있다.

발칸 반도에서는 미국이 그렇게 지원했던 구 정부 전복 이후에 오히려 밀로셰비치는 더욱 교활해졌으며, 코슈투니차 신임 대통령도 최근 OECD 회의에서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과의 개인적 만남을 거절하기까지 했다.

유럽 국가들도 나토와 별개로 독자 방위군 창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미국은 힘을 못써 통상 마찰이 지속되고 있다.

○…플로리다 주 하원은 오는 6일에 의회가 대통령 선거인단을 뽑기 위한 특별 회기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그러나 주 상원의장은 이 특별회기 개회를 거부할 것이라고 대변인이 2일 밝혔다.

특별회기는 상하원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외신종합=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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