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3년만에 '원위치'"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들어선 지난 3년 동안 우리나라 증시는 전형적인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여줬다.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97년 11월 21일 구제금융 신청 무렵 506포인트였던 거래소 시장의 종합주가지수는 98년 6월엔 280포인트까지 추락했다. 이후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에다 시중 자금이 증시에 몰리면서 올초에는 종합주가지수가 1천59포인트까지 수직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종합주가지수 '네자릿수 시대'는 '찰나'에 불과했다. 다시 경제전반에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주가지수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 1일 종합주가지수는 514.46포인트. 거짓말처럼 주식시장은 3년만에 완전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열풍"이란 표현이 나올 정도로 개인투자자들이 몰린 코스닥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시장지표 비교
상장주식 수의 모든 주가를 더한 시가총액은 3년 전 94조9천300억원에서 지난달엔 197조1천35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이같은 시가총액 급증은 지난 99년 정부의 기업안정성 기준인 부채비율 200%를 맞추기 위해 재벌기업의 경쟁적인 유상증자 때문일 뿐 개별종목의 주가가 올라 시가총액이 증가했다는 의미는 아니다.이를 그대로 반영해주는 지표가 수정주가의 추이다. 시가총액을 총 주식수로 나눈 수정주가 평균은 3년만에 1만8천649원에서 1만3천845원으로 떨어졌다. 투자과실을 거둔 일반 투자자들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상장기업 수는 이 기간에 구조조정의 여파로 774개에서 706개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상장주식 수는 증자 붐이 일면서 오히려 90억1천400여만주에서 195억2천300여만주로 급증했다. 99년말 350조원에 이르던 시가총액은 1년만에 100조원 이상 줄어 20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주가 폭락으로 피해자 많아
지난 98년말 주가가 급등하자 실직자나 주부 등 초보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묻지마 투자'가 붐을 이뤘다. 주가, 회사, 투자전망 등 아무 것도 묻지 않고 "무조건 주식을 사자"는 현상이 빚어진 것. 이같은 흐름은 99년 중반까지도 계속됐다.
하지만 주가가 올초 정점을 찍은 뒤 끝없이 추락하자 주가폭락에 따른 피해자들이 '사태'를 이루고 있다. 종합주가지수 경우 고점에 비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고, 코스닥지수는 5분의 1수준으로 곤두박질치자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속출했다.지수 하락보다 더욱 처참한 것이 개별종목의 주가 대폭락. 대부분 종목이 고점에 비해 주가가 반토막이 났고 코스닥 일부 종목은 주가가 10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금을 보존한 투자자를 찾아 보기 힘든 반면 원금을 몽땅 날리다시피한 투자자들이 부지기수다. 외국인과 기관이 이익을 챙기며 내놓은 매물을 받아 뒤늦게 '막차'를 탄 개인투자자들은 지금 피눈물을 쏟고 있다.
##앞날도 어둡다
국내외 정치.경제적 환경이 순탄치 않아 증시에 '화려한 날'이 다시 올 지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다. 무엇보다 증시전문가들은 국내외 경기의 성장둔화를 가장 염려하고 있다. 기업들의 확대 재생산 및 이익 창출의 기조가 흔들린다면 주가는 약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것. 때문에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 작업이 시장논리에 따라 얼마나 신속하고 결단성 있게 진행되느냐에 증시의 향방이 달려있다고 지적한다. 만약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외국인들의 한국증시 이탈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고, 이렇게 될 경우 증시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올 하반기보다 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희망섞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들의 예측처럼 IMF 체제 3년만에 원위치한 증시가 내년에 다시 한번 상승세를 탈 지, 아니면 하락세를 거듭할 지 투자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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