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만큼 인류의 과학 발전에 지대한 공을 한 기기도 드물다. 17세기 첫 등장한 현미경은 광학시대를 거쳐 전자, 원자현미경으로 발전하며 세포를 관찰하는 단계에서 분자와 원자를 들여다보는 경지에 이르렀다. 현대 현미경은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살펴보자.
◇나노구조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3차원 전자현미경=일본 이화학연구소는 일본원자력연구소, 히다치제작소 등과 함께 고체 내부의 나노(nano=10억분의 1m)구조를 입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3차원 전자현미경 시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인체 촬영용 X-선 단층촬영처럼 전자선을 시료에 여러 각도로 비춰 얻은 전자현미경 영상을 입체로 처리한 것. 또 시료를 투과한 전자빔의 에너지를 분석, 나노 영역의 원자 종류나 결합 상태도 해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바늘모양 결정의 산화아연 미립자를 3차원 영상으로 가시화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현재까지 미세구조의 표면형상을 입체화하는 데 주력했지만 앞으로 내부구조를 입체적으로 관찰, 첨단 소자의 미세패턴에 발생한 결함분포나 생물 시료 관찰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원자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투시전자현미경=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진들은 첨단소재를 구성하는 원자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투시전자현미경(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e)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제트엔진에 사용되는 첨단소재가 원자 단위에서 열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으며, 복잡한 화학물의 분석에도 유용하다. 현미경의 원리는 매우 얇게 가동된 시료에 전자를 통과시킨 뒤 에너지 손실 정도를 영상필터를 통해 알아내는 것이다.
전자들은 다른 원자 속으로 유입될 때 잃게 되는 에너지 양도 다르다. 따라서 시료를 통과한 전자의 에너지를 비교하면 시료 속에 어떤 종류의 원자가 배열돼 있는지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은 다른 원소를 첨가해 제작할 때 소재 특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할 수 있는 컴퓨터 모델을 개발 중이다. 또 물리적 실험없이 금속합금이나 순수 금속의 원자구조상의 결함을 연구할 수 있는 기구를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포구조를 밝히는 라만산란(CARS) 현미경=세포를 현미경으로 연구하려면 염색하거나 형광 염료를 묻혀야 한다. 물론 일부 단백질은 염료없이 스스로 빛을 내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세포 성분들에 대해 이런 방법을 써서 형광을 내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 과학들은 세포내 분자들의 진동운동에 감지해 살아있는 세포내 부분의 3차원 영상을 잡아내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라만산란(coherent anti-Stokes Raman Scattering)현미경이라 부른다. 80년대 초 처음 발표됐지만 당시로선 고해상도의 3차원 영상을 얻을 만한 수준은 못됐다.
라만산란 현미경의 원리는 특정 주파수로 진동하는 원자로 구성된 분자, 예를 들어 세포막의 긴 탄화수소 사슬에 존재하는 C-H(탄소-수소)결합의 진동수를 검출하는 방식이다. 검출 대상이 되는 분자에 손상을 거의 주지 않는 장점이 있다. 과학자들은 현재 단점으로 지적된 느린 검출 속도와 감도를 개선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물체를 나노미터 단위로 보여주는 화학적 현미경=현대 현미경은 초미세 바늘(탐침)이 관찰 대상의 표면을 스캐닝(scanning)할 때 발생하는 아주 약한 전류 또는 힘을 측정, 이미지를 얻는 방식을 주로 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표면의 어느 곳에 어떤 화학 물질이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최근 과학자들은 적외선을 이용해 미세 물질의 모양뿐 아니라 성분까지 알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적외선 빔으로 이뤄진 탐침을 시료에 비춰 시료 각 부분의 적외선 흡수 정도를 감지하는 것. 이런 방법으로 얻어진 적외선 이미지를 기존 탐침을 통해 만들어진 표면그림에 포개보면 시료의 어느 부분이 적외선을 얼마나 흡수하는지 알 수 있다. 화합물마다 적외선의 흡수정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를 통해 화학조성을 파악할 수 있다.
◇피사체의 탄성까지 알아내는 초음파현미경=영국 옥스포드대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관찰 대상물질의 탄성을 측정할 수 있는 초음파현미경(Ultrasonic Force Microscopy)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물질에 초음파 진동을 가하는 동시에 원자현미경으로 물질의 미세구조를 나노단위로 관찰하는 방법. 관측된 진동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른 재료들의 탄성 특성이 주어진다. 예를 들면 복합재의 경우 구조 내의 섬유와 플라스틱의 탄성 특성이 다르게 나타난다. 초음파현미경은 재료를 통과하는 진동의 움직임을 파악해 모든 미세 균열이나 결함도 검출할 수 있다.
◇광원을 단일 원자크기로 줄인 주사형 근접장 광학현미경=독일 콘스탄츠대 연구팀은 주사형 근접장 광학현미경(SNOM, scanning near-field optical microscopy)을 개발했다. 이 방법은 광학현미경의 분해능을 제한하는 근본적인 문제, 즉 '빛은 그 파장보다 작은 크기로 집속될 수 없다'는 회절한계의 문제를 극복하는 기술이다. 가시광의 회절한계는 수백㎛이다. 세포들은 대개 이보다 수십 배나 커서 광학현미경으론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나노미터보다 작은 크기의 분자들은 관찰이 불가능하다.
근접장 광학현미경은 집속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작은 광원을 사용해서 회절한계의 문제를 극복한다. 광원이 시료에 매우 가깝게 있어 광원의 크기 정도의 면적만 비춘다. 전체적인 상을 얻으려면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광원을 이동시켜야 한다.SNOM의 광원을 만드려면 우선 광섬유의 끝을 원추 모양으로 뾰족하게 만든 뒤 미세한 끝부분만 남겨두고 금속으로 코팅해야 한다. 광섬유에 빛을 비추면 뾰족한 끝을 통해 빠져나온다. 이를 통해 100㎛ 이하의 크기를 가진 광원을 만들 수 있으며 광학현미경의 분해능도 비슷한 정도로 얻을 수 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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