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대학생 휴학

최근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 관계자는 큰 걱정을 했다. 재적학생 3만5천여명중 휴학생이 9천여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재정이 큰압박을 받아 학교시설 투자 등을 엄두도 못내 교육환경개선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얘기였다. 내년 신학기가 되면 이런 현상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 것은 아니어서 대학교가 비상이 걸려 있다고 했다. 이런 형편은 다른 대학교 즉 서울에 소재한 상당수의 대학교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이라는 것이다. 지방대학교는 더 심할 것이라는 분석도 했다. 대학을 4년만에 마치는 것은 이제 옛말이다. 취업준비 등으로 졸업을 미루는 현상이 보편화 됐다. 남자대학생의 경우 군대를 다녀오는 기간을 포함하면 대학에 적(籍)을 두는 세월이 8~9년은 보통이라고 한다. 여학생도 이런 추세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인다는 얘기여서 휴학이 보통의 일인 셈이다. 학업기간 연장은 학부모들의 부담이 늘어 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보면 또다른 사회문제의 대두로도 볼 수 있다. 휴학한 대학생수가 사상최고를 기록해 충격적이다. 교육부의 집계를 보면 올해 2학기 재적생 163만1천여명 가운데 31.6%인 52만7천316명이 휴학중으로 이는 올 1학기보다 1만8천여명이 늘어났다고 한다. 따라서 대학생 3명중 1명은 휴학을 하고 있는 셈이다. 대학교측의 분석은 경기가 나빠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이 많아졌다는 것이지만 이런 판단은 극히 피상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이들 중에는 경제난으로 등록금을 마련 못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는 경제위기에 따른 '취업대란(就業大亂)'에 대비한 고육책으로 휴학을 선택한 것으로 본다. 어떻게 보면 젊은이들의 현실적응이고 세태의 변화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취업준비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는 하나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학이 단순한 취업준비기관으로 전락해 엘리트교육이 뒷전으로 밀리는 위기를 지적한다. 분명한 것은 이런 이상실현 기반조성의 책임은 기성세대에게 있다는 점이다.

최종진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