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이 돌아왔다. 포장 김치니 주문 김치니 해서 만들어 놓은 김치를 사먹는 가정이 늘고 있지만, 그래도 "김장은 역시 내 손으로"라고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다.농림부는 올해 배추.무 값 하락으로 4인 가구 김장 비용(배추 19포기, 무 14개, 고추 6.4근, 마늘 4.3kg, 젓갈 1.67kg, 소금 5.48kg, 생강 0.34kg)이 지난해 보다 5% 정도 준 12만2천원 선일 것으로 관측했다.
김장 적기는 일일 평균기온이 4℃ 이하일 때. 기상청 예보로 보면 이달 중순이 그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료 고르기
김치 맛은 좋은 재료를 고르는 데서부터 좌우된다. 배추는 푸른 잎이 많고 껍질이 얇으며 속이 꽉 차서 떼버리는 잎이 적고 싱싱해 보이는 것이 좋다. 무는 크고 균일하며 모양이 바르고 흠이 없어야 한다. 또 매운 맛이 적은 게 좋다.
고추는 표피가 매끈하고 주름이 없으며 색이 고르게 선명하고 꼭지가 제대로 붙어있는게 권장된다. 크기와 모양이 균일한 것도 마찬가지.
마늘은 담갈색.담적색 껍질에 모양이 둥글고 고유의 매운 맛이 강한 것이 좋다. 생강은 크기.모양이 일정하고 섬유질이 적어 연해야 한다. 발이 굵고 넓으며 껍질이 잘 벗겨지고 고유의 매운 맛과 향이 강한 것이 좋다.
김치의 독특한 감칠맛은 아미노산과 핵산 관련 물질에서 나온다. 말하자면 김치에 단백질을 공급하는 젓갈류, 굴 같은 해산물, 육류 등에 의해 맛이 좌우되는 것이다. 어떤 젓갈을 쓰느냐에 따라 유리아미노산의 종류가 달라져 김치의 맛도 달라지므로, 좋은 젓갈을 고르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좋은 젓갈은 생선의 모양이 뚜렷하고 냄새가 좋고 악취가 나지 않으며, 맛을 보았을 때 생선 자체의 맛이 나고 조미료 맛이 나지 않아야 한다. 새우젓은 살이 많아 통통하고 쫄깃하며 밝은 분홍색을 띤 것이 좋다. 또 젓국은 맑고 비린내가 나지 않고 고소한 냄새가 나는 것이 권할만 하다.
멸치젓은 비린내가 나지 않고 단 냄새가 나며 멸치 뼈가 완전히 삭은 것이 상품. 색깔은 거무스름 하면서 불그스름한 것이 좋다. 황석어젓은 잘 삭아 색깔이 노랗고 기름기가 도는 것이 좋다.
◇담그기
'발효 예술'인 김장의 성공 여부는 배추를 절이는 소금의 농도에서 큰 영향을 받는다. 소금에 절이는 것은 배추의 수분을 적당히 내보내 양념이 잘 밸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저장하면서 배추가 물러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 알맞게 절이면 소금에 있는 마그네슘.칼슘이 배추의 펙틴과 결합해 아삭아삭한 맛이 더해진다그러나 지나치게 절이면 짜기만 하고 비타민C 등 수용성 성분과 당분이 많이 빠지고 양념이 잘 스며들지 않아 맛이 좋지 않다. 따라서 배추는 15% 소금물에서 5, 6시간 절이는 것이 적당하다.
양념 혼합 비율도 김치맛을 좌우하는 한 요소이다. 양념은 또한 단순히 맛을 내는데 그치지 않고 김치를 빨리 혹은 늦게 익게도 하고, 영양분을 높여 주기도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고추와 마늘은 젓갈의 비린 성분을 완화시켜 주고 김치 숙성을 촉진시켜 준다. 그러나 생강은 김치의 숙성을 저해하고 갈변현상을 일으켜 김치색을 탁하게 만들기 때문에 적게 넣는 것이 좋다.
일반적인 배추김치의 적합한 배합은 배추를 100으로 할 때 무 10%, 파 1%, 고춧가루 2~3%, 마늘 1~5%, 생강 0.5%, 젓국 2%, 소금 2~3% 정도이다. 그 외에는 가정 혹은 개인의 기호에 따라 맵고 짜기를 조절하면 된다.
◇김치의 이것저것
김치는 상고시대 채소를 소금물에 담가 먹으면서 유래됐고, 17세기 임진왜란 전후에 일본을 통해 고추가 들어오면서 오늘날의 김치로 출발했다.
대구가톨릭대 식품공학과 김순동 교수는 "고추는 젓갈이나 육류의 비린 맛과 잘 조화되고 육류에 함유된 지질의 산패를 막아 주는 등 김치에 사용되는데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고추가 없던 고려시대 김치에는 젓갈이나 육류 역시 넣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는 추측했다.
현재 가정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김치 종류는 187종. 이런 김치는 각종 채소류의 종합 모듬식품일 뿐 아니라, 만드는데 수산.축산물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기도 하다. 또 요구르트 같이 살아있는 젖산균을 함유, 영양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세계적 식품으로 도약하고 있다.
이런 과학적 바탕 외에도, 김치에는 우리의 정이 얽혀 있기도 하다. 예전엔 김장철이 되면 온 동네가 떠들썩 했었다. 한 집에서 김장을 할라치면 이웃 아주머니들까지 팔을 걷어 붙이고 도왔다. 마당 가득 쌓아둔 배추를 절이고 속을 버무리고…그렇게 양념한 배추김치를 쭉쭉 찢어 막 지어 김 솔솔 나는 밥 위에 얹어 먹던 그 맛을 못잊어 사람들은 지금도 김장을 담그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것은 아닐까?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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