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늘의 포커스-칠곡지역 최근 사정

대구시 북구 칠곡지역 주민들이 화났다. 도로 통행료 징수, 도시개발 중단, 집값 하락 등으로 피해의식이 남다른데다 최근 혐오시설까지 칠곡지역에 들어설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폭발직전의 칠곡지역 사정을 살펴본다.

◇돈내는 도로

칠곡과 대구 도심을 연결하는 도로는 모두 4곳. 팔달교, 국우터널, 칠곡 IC에서 서대구나 북대구 IC구간, 그리고 내년 12월 준공 예정인 제2팔달로 등이다.

하지만 팔달교를 제외한 3곳은 모두 통행료를 받고 있거나 징수할 예정이다. 국우터널 통행료는 소형 500원, 대형 600원이고, 통행량은 하루 평균 2만8천여대. 이 중 절반을 칠곡주민들이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하루 700만원. 월 2억원, 연간 25억여원의 통행료를 부담하는 셈이다.

또 칠곡IC에서 서대구나 북대구IC 이용차량은 하루 평균 1만1천여대로 통행료는 1천100원이다. 출퇴근 시간대에 한해 주민들에게 각각 30%와 15% 할인혜택을 주고있어 770원과 950원의 통행료를 낸다. 이 중 절반을 칠곡 주민으로 보면 하루 430만원, 월 1억3천만원, 연 15억원의 통행료를 부담한다.

내년 12월 준공 예정인 제2팔달교의 경우 하루 5만여대의 차량 통행을 예상하고 있다. 통행료를 500원으로 가정하면 칠곡주민은 하루 2천500만원, 월 7억5천만원, 연간 90여억원의 통행료를 내야 한다.

도심연결 도로들은 모두 칠곡지역의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건설됐다. 하지만 팔달교의 교통체증은 여전하다. 따라서 주민들은 교통체증에다 통행료 부담이란 혹만 달게 됐다. 게다가 내년부터 서대구와 북대구 IC의 칠곡주민 통행료 할인혜택이 사라질 예정이어서 주민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혐오시설

엎친데 덮친격으로 혐오시설까지 칠곡지역에 들어설 전망이다. 칠곡3지구 대규모 주택단지 바로 옆에 폐수처리시설, 파쇄 및 세륜시설 등을 갖춘 건설폐기물처리시설 부지조성 공사가 이달 들어 시작된 것이다. 이 시설은 건설 현장에서 나온 폐콘크리트 등 각종 폐건축물을 도로 기층제 및 건축자재로 재활용하기 위해 건설된다. 하루 폐건축물처리량이 2천t이나 돼 분진, 소음, 폐수 배출이 불가피해 주민피해가 예상된다. 주민들은 "5억원의 수입을 올리기 위해 혐오시설을 칠곡에 설치하느냐"며 비난하고 있다. 주민 김모씨(북구 국우동)씨는 "세금 60억원씩이나 들여 주민에게 피해주는 사업을 하는 행정당국을 이해할 수 없다"며 "사업자체를 전면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

◇도시개발 지연

구암동, 국우동, 학정동 일대 68만평 규모의 칠곡 3지구 택지개발지구는 공공기관 , 상업지구, 대규모 아파트 및 단독주택 등이 들어서는 칠곡지역의 중심지역이다. 그러나 개발지연으로 칠곡은 '반쪽 도시'로 전락하고 있다. 94년 12월에 착공, 지난해말까지 아파트 1만8천333가구와 단독주택 1천201가구, 38만여평 규모의 상업 및 공공시설 등이 들어서야했다. 그러나 현재 아파트 5천300가구와 단독주택 100가구만이 입주해 대부분이 허허벌판으로 남아있다. 더욱이 개발업체 부도 등으로 언제 공사가 완료될지 의문인 상태다. 토지공사 경북지사는 최소 3년이내에 택지조성을 끝낼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경기불황으로 당분간 택지조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있다.

◇집값하락

교통난과 개발부진으로 칠곡은 시지, 지산·범물, 상인·대곡, 성서 등 5대 부도심 중 집값이 제일 싼 지역으로 추락했다. 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94, 95년엔 칠곡은 성서지역과 교통, 교육 등 생활환경이 비슷해 아파트 값 차이가 없었으나 지금은 성서지역보다 평균 1천~1천500만원이나 싼 값에 매매되고 있다.

칠곡지역의 경우 평균 매매가격이 24평형은 6천~6천500만원, 33평형은 8천~9천만원, 48평형은 1억~1억2천만원 등으로 5대 부도심 중 최하위다.

◇무신경한 행정당국

이에 따라 주민들의 분노가 쌓여가고 있지만 행정당국은 팔장만 끼고 있다. 주민들은 행정당국에 국우터널 통행료 징수 백지화, 제 2 팔달교 무료화를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민자유치 사업이라는 이유로 계속 거절당했다.

또 건설폐기물처리시설도 환경오염을 우려, 백지화를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구청은 세수 확보를 이유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공사백지화가 관철되지 않으면 주민궐기대회 개최 등을 통해 대규모 반대시위를 가질 계획이다.이명규 강북칠곡발전협의회 회장은 "칠곡주민들은 신도시를 건설하고 장기적으로 분구를 추진한다는 행정당국의 말을 믿었지만 속임수였다"며 "칠곡주민들이 겪고 있는 엄청난 재산 및 정신적 피해 보상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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