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지역경제협의회 구성 바람직

극단으로 치닫던 한국전력 사태가 노사간의 극적인 타결로 파업을 면한 것은 대국적인 일로 다행스럽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전의 노사가 8개항의 비공개 합의설이 나돌고 있어 눈가림식 구조조정추진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이면설의 핵심은 임금과 관련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측은 부인하고 노조는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이면계약'은 전력수당 10% 인상과 자회사로 옮겨갈 전직직원에 대해 120%의 성과금을 지급하고 우리사주(社株)를 배분한다 등의 내용이라고 한다. 노사합의 발표직후 나돌기 시작한 이면합의설은 마땅히 규명되어야 할 일이다우리는 이런 이면합의 계약이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에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담배인삼공사, 은행 등 공공·금융부문 구조조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요인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미 담배공사는 퇴직자나 그 자녀를 1년뒤에 재취업시켜 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측은 적법하고 투명하게 구조조정이 추진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노조에게 그 무엇을 줄 것이라는 의혹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한전의 이면합의도 시간과 명분에 쫓겨 노조와의 분쟁을 서둘러 봉합하려다 자기 발목이 잡혀 공기업 개혁 취지에 오점을 남겼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노조에게 '실리'를 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방만한 경영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한전의 민영화 과정에 되레 임금인상 문제가 논의되었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정부의 공기업 개혁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차제에 이면합의가 불가피한 사정이라면 이를 양성화·투명화시켜 그 적정여부를 논의할 것을 촉구한다. 무조건 배척만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보는 것이다. 노사협상 과정을 살펴보면 나타나지 않았을 뿐 이면합의는 종종 있어온 게 사실이다. 이처럼 이면합의가 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 이해관계도 있을 수 있고 기득권이 있었다는 현실인 만큼 효율적인 개혁달성 차원에서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파업움직임 때마다 권한은 한정돼 있고 무조건 막으라는 정부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공기업 사장들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다는 노조관계자들의 말을 경청해야 할 일이다.

정부는 눈가림식이나 이면계약설의 진위를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 또 평상시에도 공기업에 대한 투명한 관리의 고삐를 늦추어선 안된다. 문제가 생기면 감추고, 뜨겁게 달아오르는 냄비식 호들갑이 상례화 되어서는 공기업의 비효율성을 막지 못한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면계약 같은 눈가림은 별 도움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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