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민층까지 이민 바람

경기불황과 대량실업사태가 이어지면서 중상류층에 불던 이민 바람이 서민층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대구시내 이민업체마다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이민상담이 부쩍 늘었다. 그러나 이들은 해당 이민국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아 실제 이민은 떠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남미이주공사 관계자는 "작년말까지 한달에 10여건 이었던 이민상담 문의가 올 하반기부터 하루 5, 6건으로 늘었다"며 "그러나 상당수가 재산·학력 등 까다로운 이민조건을 갖추지 않은 서민층이 막연히 이민을 원하는 것같다"고 말했다. 초청 이민만 담당하는 다른 이민업체도 '연고자 없이 그냥 이민갈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 '관광비자로 가서 취업하는 방법은 없느냐'는 식으로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캐나다 이민을 희망하는 용접공 양모(34)씨는 "연고가 없는 사람은 5억원 상당의 투자비용을 예치해야 해 갈 수 없는 실정"이라며 "이민국들도 대졸이상의 학력이나 컴퓨터 전문가를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민업체 관계자들은 "중상류층은 자녀 교육 등을 위해 이민을 가려하는 반면 서민층들은 국내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자 막연히 외국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주공사측은 "전문 기술이나 경제력은 갖추지 않은 채 일단 이민만 가면 국내에서의 어려움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충고했다.

한편 대구시에 따르면 10월말 현재 올해 이민자는 158명으로 지난해 보다 약 20%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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