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연말쯤 당정개편을 예고한 가운데 '권노갑 최고위원 2선 후퇴론'이 불거지고 여기에 '한화갑 최고위원의 배후조종설'까지 터져나오면서 여권내 당정쇄신론이 권력투쟁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정동영 최고위원이 지난 2일 청와대 회의에서 권 최고위원의 2선 후퇴를 거론한 사실이 당 안팎에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정 최고위원은 "권 최고위원이 퇴진하지 않을 경우 과거 정권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국정을 농단한 것과 같은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 동교동계 퇴진을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 위원이 동교동계의 다른 한 축인 한 최고위원과 가깝다는 점에서 '한화갑 배후설'이 불거되면서 '양갑(甲) 갈등'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정 위원은 즉각 "배후설, 사주설이라는 얘기는 나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발끈하면서 "누군가 배후설을 진짜 말했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주장했으나 여진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 최고위원이 5일 돌연 일본으로 출국했다. 한 최고위원측은 민단이 주최하는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기념행사차 방문한다고 밝혔으나 '배후설'논란을 피해 자리를 비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하지만 문제는 동교동계 2선 후퇴론이 동교동계와 비동교동계 뿐 아니라 초.재선 의원, 일부 최고위원 사이에게도 적지않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일회성 단타'로 그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4일 청와대 특보단 회의에서 이재정 의원 등 초.재선 의원 11명이 동교동계 2선 후퇴를 포함한 당정쇄신안을 건의했으며 김태홍.이호웅 의원 등 초선의원 7명도 같은 내용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간헐적이었던 동교동계 2선 후퇴론이 전면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권 최고위원의 측근인 이훈평 의원은 "2선 후퇴든 뭐든 좋지만 대안이 뭐냐"며 격한 감정을 표출했다. 그는 "'인사 전횡'에 대해 말하지만, 권 최고위원은 동교동계 맏형으로서, 당의 주문에 따라 지난 40년간 민주화운동을 하며 고생한 사람들 가운데 이번 총선에서 공천을 못받은 사람들을 챙겨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한 측근 의원도 "지도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문제되지만 권 위원이 뒤에서 밀고 있으니 이 정도라도 되는 것"이라며 "당 내분을 부추기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권 최고위원을 포함, 동교동계의 2선 후퇴론을 뒷받침할 만한 물증이 없다는 점에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 위기의 원인이 동교동계 몇몇 인사의 전횡과 독점 탓이라고 내몰 만한 증거가 신통찮다는 것이다.
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동교동계 2선 후퇴론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식으로 변질돼서는 안된다"면서 "문제는 당정쇄신의 일환으로 집권 여당이 어떻게 변모하느냐에 초점이 있지 특정인사를 내몰기 위한 도구로 쓰여져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진승현 관련, 임진출 의원 인터뷰
검찰 수사과정에서 진승현 MCI코리아 부회장 등을 접촉한 야당 의원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임진출 의원은 5일 "이번 정기국회 국정감사와 관련, 보좌진이 한스종금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진씨와 검찰주사보 출신의 김삼영씨 등을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김진영 보좌관과 이진서 비서관은 "진씨와 전화통화 혹은 접촉하는 과정에서 비자금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며 "그러나 정치권에 진씨 비호세력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 의원 및 보좌진들과의 일문일답.
-임 의원도 진씨 등을 직접 만났는가.
△(임 의원) 진씨는 물론 김씨도 만난 적이 없다.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김영재 금감원 부원장보도 국감중 국회로 찾아 왔지만 일부러 만나지 않았으며 그는 보좌진에게 진씨와 신인철 한스종금사장이 100억원을 해먹었다는 등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돌아갔다.
-왜 임 의원측과 만났다고 보는가.
△(보좌관) 정무위의 야당 간사이니까 우리를 통해 구명운동을 벌이려 한것으로 추측된다. 우리와 진씨간 접촉 사실이 알려진 것도 야당 의원 연루 의혹을 캐려고 주력하는 과정에서 진씨의 전화통화 내역조사 등을 통해 알게 됐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진씨 등과 접촉하게 됐나.
△(비서관)진씨 측을 통해 한스종금(구 아세아종금) 인수과정에 참여한 SPBC가 유령회사란 설이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해 9월초 진씨 측에 전화를 걸었으며 이튿날 강남 모 호텔에서 김삼영씨를 대신 만났다. 또한 10월초쯤 여의도 한 커피숍에서 진씨와 직접 만났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관련 서류를 보여주며 SPBC가 실체가 있는 회사라고 주장했다.
-진씨 관련 부분을 추적중이었다면 왜 국정감사중 공개적으로 제기했을 수도 있는데.
△(보좌관) 국감 당시 진씨 사건과 관련, 여권내 권력암투설 등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단순한 소문 차원이었던 데다 한빛은행이나 동방금고 사건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보류해 뒀다. 정형근 의원의 최근 폭로도 사실 우리 방에서 수집한 설을 토대로 추가 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 추가 정보 입수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일주일 전 결정적인 제보를 받았으며, 여권 쪽에서 누군가 제보해 줬을 것으로 추측된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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