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 지역경제 희생딛고 실속만 챙긴셈

삼성상용차의 향후 진로가 해외매각쪽으로 방향이 잡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지역경제계는 다소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상용차 퇴출발표 이후 대구시민들은 지역에서 완성차 업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으로 간주해왔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대구에서의 상용차 산업은 '경제논리'에서 볼 때 부적합하므로 퇴출시킨다고 강조해왔다. 이제 해외매각을 추진한다면 당시 논리는 고무줄논리가 되는 셈이다. 삼성상용차가 해외업체에 매각된다면 어떤 점이 달라지며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매각이 갖고올 영향

삼성상용차가 해외에 매각되면 겉으로 보이는 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겠지만 지역경제는 고스란히 피해를 입은 대신 정부는 명분을, 삼성은 실속을 챙기게 될 전망이다. 정부가 제2차 구조조정이라는 허점투성이의 '11.3 퇴출발표'라는 명분에 집착하는 동안 삼성그룹은 이를 구실로 삼성상용차라는 '혹'을 손쉽게, 큰 손실없이 떼어버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해 삼성그룹 계열사간 출자나 이건희 회장의 사채 출연을 유도했다면 삼성상용차 직원들이나 협력업체들은 별다른 피해없이 근무 또는 영업을 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변하지 않는 삼성그룹의 부도덕성

해외매각으로도 변하지 않는 문제는 삼성그룹의 부도덕성이다.

7천억원의 부채를 가진 삼성상용차를 매입할 해외업체가 없는 만큼 상용차 사업을 시작한 삼성그룹이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회장 사재출연이나 계열사 출자를 통해 부채를 탕감한 후 해외매각하자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돼 왔던 것.

그러나 삼성그룹측은 삼성자동차 경우와 달리 이번 퇴출이 삼성그룹의 자의가 아닌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이뤄진 것이며 정부가 계열사간 출자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회장 사재출연과 계열사 출자에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현대사태 등에서 정부의 묵인아래 계열사간 지원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민들을 설득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직원과 협력업체의 피해는 여전

삼성상용차가 해외에 매각될 경우 표면적으로는 퇴출 이전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겠지만 지역 경제계는 상처투성이가 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희망퇴직을 하거나 다른 삼성계열사로 뿔뿔히 흩어져야하는 삼성상용차 직원과 협력업체들이 가장 큰 피해자. 특히 협력업체들은 삼성상용차 공장이 재가동될 경우 부품을 다시 공급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까지 생존할 수 있을 지가 미지수이다.

지난달 말 삼성상용차 진성어음 부도로 연쇄도산의 위기에 빠져 있는 업체들은 "다 죽고 난 다음에 공장을 새로 돌린들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업체의 유지

해외업체가 삼성상용차를 인수, 공장을 정상가동한다면 표면적으로 삼성상용차 사태는 퇴출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게 된다. 따라서 대구는 완성차업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됐고 대구시와 지역 경제계는 삼성상용차 부지에 대체산업을 유치해야한다는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결국 정부와 삼성그룹은 '경제논리'를 무기로 어느정도의 지원만 해주면 회생가능한 기업을 퇴출시켜 지역 경제를 뿌리채 흔들어 놓고는 결국은 모든 상황을 퇴출 이전으로 돌리는 이상한 구조조정을 완성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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