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아주 특별한 방학

방학하기 무섭게 아이들은 부모에게 따질 것이다. 이번에는 특별히 어디로 갈 것인지, 놀이공원, 스키장, 무슨 리조트? 옆집 친구는 어디로 간다면서, 제법 협상 능력까지 발휘하며 부모들의 기를 죽일 것이다. 그러나 부모들은 성적표를 보기 무섭게 자식에게 따질 것이다. 어떤 과목이 특별지도 대상인지? 무슨 학원이 좋은지? 특기도 살려야 하니까 피아노냐 미술이냐? 심지어 어학연수를 갈 것인지? 옆집 아이는 몇 등 한다면서 자식들의 기를 죽일 것이다.

우리 어릴 적에도 방학은 있었다. 그러나 그 때 방학은 소위 말하는 특별한 휴가도 아니었고, 특별학습기간도 아니었던 것 같다. 겨울방학이면 도시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이모집에 가다보니 도시 구경도 하고, 형들이 입던 것이지만 멋있는 옷에 가죽 장갑이며 처음으로 운동화도 얻어 신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을때 마을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너무 신났다.

또 무슨 과외를 받은 것이 아니라, 친척 집에 가다보니 대학생 누나에게 세련된 영어 발음도 배웠다. 어렸지만 손님으로 있다보니 집에서는 손도 대지 않았을 거친 음식도 군소리 없이 먹는 예의를 익혔다. 더 어린 동생들과 놀다 보니 의젓하게 양보하는 마음도 가지게 되었다. 그 방학이 지나고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부쩍 커버린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이번 방학에 우리 아이는 어디로 보낼까? 서울로 보내면 똑똑한 처제한테서 공부하는 방법이며 여러가지 좋은 습관을 익혀서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고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시골집으로 보내면, 온 산야를 헤집고 다니다가 시커먼 모습으로 돌아와 나를 놀라게 할 것이고, 이번 겨울도 자라는 모든 아이들이 몰라보게 달라지는 아주 특별한 방학이 되었으면 좋겠다.

신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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