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길잃은 할아버지 도와준 고마운 청년

며칠전 경기도 오산에 사시는 작은아버지께서 놀러오셨다. 희수(77세)인 작은 아버지는 열차를 잘못 타서 충남 논산으로 가셨다. 오신다는 연락을 받고 동대구역에서 기다리던 우리 가족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도착하지 않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발만 동동 구르다가 일단 집으로 돌아와서 오산의 작은 아버지댁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도착시간이 몇 시간이나 지나서야 웬 청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논산에서 대구로 오는 한 청년이 작은아버지와 함께 동대구역까지 동행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말라는 연락을 주었다. 마침 작은아버지 양복 주머니에서 행선지와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며, 안심시켜주었다.

다시 동대구역으로 나가서 고마운 마음에 청년에게 약간의 성의를 표시하자 한사코 거절하며, 친할아버지에게 대하듯이 "할아버지 오래 사세요"라며 깍듯이 인사를 하고 떠나갔다.

논산에서 동대구역까지 작은아버지의 차비까지 부담한 청년은 작은아버지가 춥다며 웃옷까지 벗어서 덮어드렸다는 것이었다. 보통사람들이라면 "할아버지 이렇게 저렇게 가시면 됩니다"하고 대충 이야기하고 가버릴 터인데도 그 청년은 달랐다. 평상시에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가짐을 가진 따뜻한 청년이 참 고마웠다. 이런 젊은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사회는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새삼 사람사는 낙을 느끼게 해준 이름모를 청년의 따뜻한 경로효친 사상에 이 겨울이 춥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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