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세밑 나라 전체가 어수선하다.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는 짙어만 가고 정치권의 볼썽사나운 정쟁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꼬리를 문 부패, 도덕 불감증에 사회기강은 허물어질대로 허물어졌다. 민심은 등을 돌렸고 국민들은 꿈을 잃어가고 있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올해도 벌써 12월. 새 천년 벽두에 걸었던 희망과 기대는 세월만 허송한 채 물거품이 돼버렸다. 저무는 한해를 되돌아 보면 왠지 속은 것 같아 허탈하기만 하다. 김대중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현재의 위기상황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면서 당정개편을 비롯한 국정쇄신에 나설 모양이다.

총체적 난국

민주당 최고위원들과 총재특보단을 잇따라 만나는 등 여권내 목소리를 들었다. 앞으로 야당총재를 비롯한 각계의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당정 운용시스템의 전면적 개편, 나아가 큰 틀의 국가전략적 목표를 다시 수립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궁지에 몰릴때면 전가의 보도처럼 끄집어 냈던 인사카드로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답은 부정적이다.

지난 1년간 국민들의 실망은 너무나 컸다.

정치권 특히 여권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했다. 혼자서만 뛰는 대통령. 따로 노는 국정의 삼각축인 당과 청와대, 내각. 대통령만 쳐다보는 지근거리의 충성파들. 국회의장을 연금하는 집권당. 특정지역 출신 인사들의 요직 독점. 국민들의 눈에 비친 모습들이다. 결과적으로 지역과 정파를 초월하지 못한 진용 구축으로 대통령의 리더십은 위기에 처했으며 뿌리깊은 갈등의 골은 더욱 깊게 패였다.

정부해결 능력에 의문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해 있다. 국민들은 지금 제2의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기업은 잇따라 쓰러지고 물가는 자고 나면 치솟는다. 노동계의 동투(冬鬪)도 심상잖다. 신정부 들어서면서 외쳐대던 4대부문 개혁은 임기 절반을 훨씬 넘긴 지금까지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구호로만 계속되고 있다. 현정권이 이미 정권 말기에 나타나는 레임덕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끝없는 정쟁이 경제의 앞날을 가로막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부가 현재의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문제도 예외일 수 없다. 이산 가족 상봉사업의 남측 최고 책임자인 한적 총재가 상봉기간중 해외로 방출(?)되고 북측 방문단장이 이를 두고 "몰골이 가련하다"라고 일갈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심사가 뒤틀린다. 평양에서는 공동취재단의 사진기자가 감금을 당하고 보도에 대한 사과를 강요받았다. 대북 저자세를 탓하기에 앞서 한심하고 부끄럽다. 인내하고 양보할 것은 하되 할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 말없는 다수의 목소리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부정부패와 도덕적 해이, 공권력에 대한 불신 또한 민심 이반을 부추기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이목이 집중돼 있는 소위 '진승현 게이트'사건은 한점 의혹없이 밝혀져야 한다. 이번마저 진실이 판도라의 상자속에 묻혀 버린다면 국민은 더이상 검찰은 물론 정부를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신뢰회복 급선무

지금 김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것은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일이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김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국정쇄신에 주목하고 있다. 때마침 동교동계 핵심인사의 퇴진론이 제기됐다.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정권적 차원이 아닌 국가적 차원의 선택을 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남은 임기를 감안하면 김 대통령이 새로운 리더십을 확립하고 국민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국민들은 뭔가 달라질 새해를 기다린다.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는 특권이야 말로 언제나 새해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또다시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설계도를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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