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개 든 거국내각론

김대중 대통령이 당적을 이탈할 경우 각료를 추천할 수 있다고 밝힌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발언을 계기로 '거국 내각론'에 대해 정치권에서 말들이 오가고 있다. 일단 여야 할 것없이 이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김 대통령이 노벨상 수상 직후인 연말쯤 국정쇄신 방안을 밝힐 것이란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총재의 발언이 거국내각 참여를 시사한 것으로 비쳐지자 5일 권철현 대변인이 "각료를 추천하더라도 당외 인사를 추천할 수 있다는 의미일 뿐"라고 해명하며 "우리 당은 대통령제 아래선 정권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거국내각론에 반대해 왔다"고 덧붙였다.

주진우 비서실장도 "각료를 추천할 수 있다는 측면보다는 전제조건인 대통령의 탈당은 물론 국정운영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금처럼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구조에 변화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거국내각을 제의하더라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으며 전제 조건들은 그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즉 경제난 심화 등 현 정권의 실정이 거듭되고 있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내각에 가세했다가 덤터기를 쓸 수 있음을 우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정기국회 대정부 질문 등에서 당 소속 의원들이 잇따라 거국내각 구성을 촉구하고 나선 데 대해 이 총재 측은 내심 부메랑이 될 것을, 구체적으로 DJ가 연말 정국 구상을 통해 이를 전격 수용할 경우를 경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대통령의 당적 이탈과 거국내각 구성은 수용할 수 없으며 이 총재 발언은 여권 교란용"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한나라당과 거국내각을 구성하게 될 경우 그동안 공조관계를 유지해온 자민련과의 결별 상황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김 대통령의 당정쇄신을 앞두고 제기됐다는 점에서 그 효과를 반감시키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는 의구심도 갖고 있다. 한 당직자도 "이 총재가 왜 이 시점에 이같은 카드를 던졌는지 그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근태 최고위원을 비롯 당내 일각에선 국정위기 돌파를 위해 거국내각을 구성,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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