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감격의 재회

"처음 와 보는 한국이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산이 많아 좋고요"

지난달 26일 대한산악연맹 박 상열 부회장(54.영남대 중앙도서관 열람과장)의 초청으로 대구에 온 네팔의 셰르파 앙 푸르바(52)와 펨바 라마(45). 이들은 지난 77년 네팔 히말라야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 원정에서 만난 후 23년만에 재회, 뜨거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한국 최초의 에베레스트 원정에 나서 정상 공격조로 선발됐던 박부회장은 정상 48m 직전까지 올랐다 산소가 떨어져 등정을 포기했다. 같이 올랐던 셰르파 펨바 라마는 기진맥진한 박 부회장을 껴앉고 영하 수십도가 넘는 8,700m에서 밤을 지새며 무사히 생환하도록 도왔다. 앙 푸르바도 당시 박 부회장과 동고동락을 같이 나누며 박 부회장을 부축해 카메라 세례를 받았던 셰르파. 이들은 죽음의 순간을 넘나들며 우의를 다진 사이였다.

그동안 늘 두 셰르파에게 마음 한 구석에 빚을 갖고 있는 것처럼 부담을 느끼던 박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40년 산악인생을 마감하는 저서 '눈속에 피는 에델바이스' 출판 기념회에 맞춰 두 셰르파를 초청했다.

늘 오고 싶어했던 한국을 방문한 앙 푸르바와 펨바 라마는 박 부회장과 대구산악연맹의 배려로 대구와 제주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산도 탔다. 두 셰르파는 난생 처음으로 배도 타 봤다. 네팔 내륙에서 태어나고 자란 탓에 박 부회장이 부산에서 배 타고 제주로 가며 바다구경을 즐기게 배려한 것.

8일 네팔로 돌아가기 앞서 서울구경을 위해 6일 대구를 떠난 앙 푸르바와 펨바 라마는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등 한국음식의 맛이 너무 좋다. 한국과 대구를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짧은 대구방문을 아쉬워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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