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리학에 정통한 한 선비의 일화는 유명하다. 여름철 어느 날 부인은 밭에 일하러 나가고 선비가 혼자 글을 읽고 있는데 소나기가 쏟아졌다. 부인은 곡식을 말리려고 마당에 멍석을 펴놓은 것이 걱정돼 황급히 집으로 뛰어왔으나 멍석과 곡식은 비에 흠뻑 잠겨버렸다. 화가 치민 부인이 항의하자 선비는 '책엔 비올 때 멍석을 거두라는 글이 없었다오'라고 했다. 그는 훌륭한 학자가 됐다. 하지만 이젠 그 사정이 달라졌다. 지식이 격증하면서 교육의 내용과 방법이 계속 변혁될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여기에 부응할 인적 능력 개발을 요구한다.
더구나 과학은 인간의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상상력에 뿌리를 둔다. 공간과 시간의 제약 없이 무한한 상상의 날개를 펴게 한다. 더불어 잘 살게 되는 풍요에의 꿈, 우주왕국 건설의 꿈, 생명의 신비를 탐구하는 꿈 등도 모두 과학만이 실현을 가능케 해준다. 획일적인 사고나 절대언어로는 아무리 몸부림쳐도 그런 꿈들을 이룰 수 없다.
우리나라 중학생들의 수학.과학 성적이 각각 세계 2, 5위로 상위권이긴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취도와 성적 상승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가 지난해 38개 회원국의 중학교 2년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나 입시 때문에 억지로 시키는 공부 등 우리의 교육방식에 뭔가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과학은 이들 중학생이 초등학교 4학년때 세계 1위였으나 무려 4단계나 떨어졌다. 과학에 대한 자신감은 21위(수학 32위), 호감도는 22위(수학 38위)로 하위권이라는 사실도 간과할 일이 아니다. 학년이 높아지면서 입시교육에 매달려 비중이 작은 과학을 외면하는 데다 실험실습이 아닌 암기 위주로 교육이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과학 교육은 창조력.탐구력.논리력을 키우는 학습이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암기 위주와 문답풀이로 일관해 왔다. 기본원리보다는 공식을 외고, 주어진 문제의 답을 얼마나 빨리 찾는냐에 주력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반드시 반성의 자료로 삼아야 한다. 과학 본래의 이치에 눈뜨고 흥미를 유발하는 동기부여를 할 수 있어야만 '과학 입국'의 길이 기약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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