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노갑-정동영 어떤관계

민주당내 신·구세대를 대표하는 권노갑(權魯甲) 최고위원과 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의 관계는 이번 '2선퇴진론' 파문이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좋은 편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정 최고위원이 정치에 입문할 때도 권 최고위원이 "내가 길을 열어줬다"고 말할 정도로 적극 도왔다는 게 정설이고, 정 위원측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정 위원은 또 지난 두차례 대선을 치르는 동안 당의 '명대변인'으로 활약하면서 폭넓게 능력을 인정받는 등 대선과 그 이후의 과정에서 동교동계와의 대립관계는 전혀 없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 위원이 "정 위원과 나는 가족같은 관계"라고 말한 점이나, 지난 최고위원 경선때 정 위원이 권 위원과 직접 상의한 사실 등도 두 사람이 그만큼 터놓고 얘기할수 있는 관계임을 말해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두사람이 허심탄회하게 지내던 당시에 치러진 최고위원 경선때부터 이번 '2선 후퇴론' 파문의 씨가 잉태됐다는 후문이다.

정 위원은 당시에도 권 위원을 직접 만나 "대통령 선거때처럼 뒤에서 (대통령을)돕는 게 낫겠다"며 권 위원이 최고위원 진출을 포기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앞서 권 위원은 정 위원의 최고위원 출마를 만류하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알려졌다.

정 위원측 관계자는 "권 위원에 대한 정 위원의 최고위원 진출 만류는 자신의 최고위원 경선 출마를 만류한 데 대한 감정 차원이 아니라 이번 '2선 후퇴론'과 같은 맥락에서 지난 대통령선거때처럼 동교동계는 후방에서 대통령을 돕는 게 바람직하다는 소신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고위원 경선때 이미 정 위원이 권 위원의 최고위원 진출을 만류했다는 사실은 정 위원이 4·13 총선을 계기로 확인된 '세대교체' 바람속에서 동교동계 2선 후퇴 소신을 키워오다 이번에 '거사'를 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실제로 최고위원 경선후 정 위원은 후일담에서 "선거운동 과정에서 '당을 개혁하겠다'는 말에 미지근하던 대의원들의 반응이 '당을 확 뒤집어 엎겠다'고 하니까 열광적인 환호로 바뀌더라"며 당면모 일신에 대한 여론을 절감했음을 시사했다.이번 '거사'에는 특히 386세대를 비롯한 초·재선의원들의 압력도 크게 작용, 정 위원이 '총대'를 멘 것으로 분석된다.

정 위원은 최근 이들로부터 "최고위원이 되더니 당을 바꾸겠다는 공약은 어디가고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많이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언에 앞서 "초선의원 20여명으로부터 나름대로 의견을 수렴하고 고민도 많이 했다"는 정 위원의 말은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권 최고위원측은 그러나 정 위원이 최고위원 경선때부터 한화갑(韓和甲),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 등과 우호·협력관계였던 점을 들어 '분파' 행동으로 의심하면서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출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파문으로 '깊은 골'이 패인 두사람의 관계는 앞으로 극적인 화해의 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대척(對蹠)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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